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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없는 스마트폰 없나'…음성 통화 회피하는 젊은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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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없는 스마트폰 없나'…음성 통화 회피하는 젊은 세대

전화 외 스마트 기능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알바천국 "MZ세대 중 35.6% '통화공포증' 겪어"

스마트폰으로 전화 통화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이른바 '콜 포비아(전화공포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프리픽(freepik)이미지 확대보기
스마트폰으로 전화 통화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이른바 '콜 포비아(전화공포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프리픽(freepik)

스마트폰을 이용함에 있어 본연의 역할인 '전화기'의 역할은 오히려 선호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확대된 데 따른 현상으로 짐작된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CIRP(Consumer Intelligence Research Partners)는 최근 아이폰 이용자들의 기기 이용 데이터를 종합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하루에 한 번 이상 전화통화를 한 이용자의 비율은 전체의 80%로 집계됐다. 문자 메시지(95%, 이하 하루 한 번 이상 사용한 이용자 비율)나 웹 서핑(94%), 심지어 모바일 환경에서 이메일을 보낸 이용자의 비율(81%)보다도 낮은 수치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셀셀(Sell Cell)은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주민들이 한 해 동안 음성통화에 활용한 총 시간을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총 음성통화 시간이 꾸준히 증가했으나 2018년 들어 2조3890억분으로 2016년 대비 13.1% 줄었다. 2019년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일시적으로 전화량이 늘었으나 이후 2020년, 2021년에는 2년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 미국의 인구는 같은 기간 매년 증가했으므로, 전체 인구 중 전화 통화를 하는 이들의 비율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주민들이 한 해 동안 전화통화에 쓴 시간을 나타낸 차트. 사진=셀셀(SellCell)이미지 확대보기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주민들이 한 해 동안 전화통화에 쓴 시간을 나타낸 차트. 사진=셀셀(SellCell)

스마트폰으로 전화 통화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을 일컫는 말로 '콜 포비아(Call Phobia, 통화공포증)', '텔레포비아(Telephobia, 전화공포증)' 혹은 '전화 불안증(Phone Anxiety)' 등 다양한 말들이 통용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달 7일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하는 직장인들, 전화 통화는 받지 않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여기에 인용된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3분의 2가 일주일에 4통 이하의 통화를 했으며 5분의 1은 일주일에 한 번도 통화를 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구직 전문 플랫폼 알바천국이 지난해 국내 MZ세대 이용자 1496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35.6%가 '콜 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2022년 같은 조사 결과의 응답률 29.9% 대비 5.7%p 증가한 수치다.

전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로는 신세대들이 스마트폰의 전화 기능보다는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점이 지목된다.

논문 공유 소셜 미디어 리서치게이트에는 지난해 '전화 불안증 예측하기'란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 일리노이 대학 등 연구원들이 저술한 이 논문은 "1990년대 이후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는 전화가 아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졌다"며 "음성 통화 경험이 없으니 이에 더욱 불안해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매체 더 컷(The Cut)은 최근 현지 심리학자들의 의견과 실제 환자의 경험담을 토대로 '전화 불안증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가장 효과적인 것은 전화를 자주, 오래 경험하는 노출 요법"이라며 "음성 메시지로 사전 연습하기, 통화 전 4초 간 심호흡하기, 가족·친구와 5분 통화하기와 같은 구체적 목표 세우기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