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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고전으로 최저 독서율 탈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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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고전으로 최저 독서율 탈피하자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파수꾼 / J.D. 샐린저/ 민음사
호밀밭의파수꾼 / J.D. 샐린저/ 민음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년마다 실시하는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서 2023년의 독서율은 43%로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성인이 10명 중 6명이라는 뜻이다. 책과 멀어지는 원인들은 다양하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신간들 사이에서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듯하다. 책을 다시 읽고 싶지만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는 독자들이 있다면 신간 목록보다는 스테디셀러 목록을 우선 살피는 것이 좋다. 제목이 익숙한 책들이 비교적 눈에 들어와 선택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교보문고에서 출간 이후 가장 오래 판매량을 유지한 스테디셀러의 순위를 발표했다. 스테디셀러의 왕중왕이라 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스테디셀러의 왕중왕’ 3위는 보림에서 출판한 동화책 ‘사과가 쿵!’이다. 책의 표지 전체를 차지하는 빨갛고 큰 사과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 책은 17년10개월이라는 판매를 기록했다. 1996년 출간 이래로 계속 유아 분야 베스트셀러를 지켰던 책이라 중간에 판형을 바꿔 개정 출간되지 않았더라면 기록이 더 길어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야기는 조용한 들판에 갑자기 커다란 사과 하나가 쿵! 떨어지며 시작한다. 개미, 두더지, 다람쥐, 악어,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이 차례대로 등장해 사과를 나눠 먹던 차에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내린다. 사과를 먹던 동물들은 윗부분만 남은 사과 속에 옹기종기 들어가 사이좋게 비를 피한다. 아기자기한 상상력과 생동감 있는 의성어의 활용이 재미있는 책이다.
2위에는 민음사에서 출간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올랐다. 연속 판매 기록 18년이다. 1877년 독일 남부에서 태어난 헤세는 열다섯 살 때 자살을 기도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런 질풍노도의 경험이 소설 곳곳에 잘 녹아들어 있기 때문인지 헤세는 특히 청소년 독자 사이에서 팬층이 두텁다. ‘데미안’은 부유한 가정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소년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기성세대의 질서를 스스로 깨고 주체적으로 선과 악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소설의 주요한 메시지다. ‘데미안’을 청소년기에 읽은 독자들이 많겠지만 비유와 상징이 많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다시 읽으면 새로운 울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위로 선정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고전은 민음사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자그마치 19년6개월 연속 판매라는 기록을 세우며 1위의 영광을 얻었다. 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뒤 미국에서 출간된 ‘호밀밭의 파수꾼’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작가인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샐린저는 성공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듯 그 길로 산속으로 숨어들어가 평생을 은둔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는 이런 작가의 반골 기질을 그대로 닮은 주인공이다. 어느 날 기숙 학원에서 쫓겨난 콜필드는 위선적이고 속물적인 기성세대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거리를 떠돈다. 잃어버린 순수함을 찾으려 하는 콜필드의 음울하고 거친 여정이 내면의 아이를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숭고한 아름다움을 남긴다.

한지수 교보문고 인문MD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