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의 강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홈 구장 다저 스타디움에 '아틀란티스 출신 상어 소녀'가 나타났다. 애니메이션 풍 그래픽의 외형으로 공식 응원가 'Take Me Out to the Ball Game'을 열창한 그녀의 정체는 다름아닌 버추얼 유튜버(버튜버)였다.
LA 다저스는 현지 시각 5일 열린 홈 경기에서 일본 버튜버 그룹 '홀로라이브 프로덕션'과 컬래버레이션한 '홀로라이브 나이트' 행사를 선보였다. 홀로라이브 측에선 영미권 소속의 '가우르 구라', 일본 현지 소속 '우사다 페코라'와 '호시마치 스이세이'가 함께했다.
앞서 언급한 아틀란티스 상어는 바로 가우르 구라로, 2020년 9월 데뷔해 올해 4주년을 앞두고 있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는 449만명, 메이저리그 공식 유튜브 계정(541만명)에 맞먹는 구독자 수로, 현역 활동 중인 버튜버 중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페코라'와 '스이세이' 역시 각각 200만명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파워 인플루언서다.
서브컬처 종주국 일본에선 애니메이션 그래픽을 내세운 버튜버들이 이미 '대세'로 떠올랐다. 대중적인 인기는 물론 재무적 성과까지 인정 받아 앞서 언급한 홀로라이브를 운영 중인 커버(Cover Corp.)와 홀로라이브의 라이벌로 꼽히는 니지산지 운영사 애니컬러(Anycolor Inc.)까지 두 곳이 '버튜버 전문사'로서 도쿄 증권 거래소에 상장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또한 버튜버에 점점 익숙해지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나 실제 버튜버로 활동 중인 '이세계아이돌', '스텔라이브' 등이 음원 순위 최상위권에 오르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앞서 언급한 '가우르 구라'나 '페코라'의 경우 국내에서도 이들을 테마로 한 컬래버레이션 카페, 극장 공연 등 이벤트가 열렸다.
다저스가 버튜버를 선택한 이유 또한 아시아 시장 공략 공략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MLB는 올 초,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을 한국에서 치르는 이벤트 '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를 선보였으며 내년에는 일본에서도 이러한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특히 다저스는 1990년대부터 일본의 노모 히데오를 전격 영입하는 등, 일찍부터 아시아 시장에 주목하며 진보적 정책을 취해온 구단으로 꼽힌다. 현역으로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야구 스타로 꼽히는 오타니 쇼헤이가 다저스 선수로 뛰고 있다.
맥스 킴(Max Kim) 커버 미국 세일즈·라이선싱 디렉터는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다저스와 계약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다저스와의 협업을 추진했을 것"이라며 "홀로라이브는 미국 시장 확장에 관심이 있으며 다저스 또한 이번 협업에 관해 나름의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평했다.
미국의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도 버튜버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다저스와 홀로라이브의 컬래버레이션 발표 직후, 미국 프로 농구(NBA)에서도 앞서 언급한 버튜버 그룹 니지산지와 컬래버레이션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콘텐츠계, 유통계가 버튜버와의 결합에 나선 만큼, 이러한 협업이 스포츠 분야로 확대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페코라의 극장 공연은 한국의 롯데 시네마에서 열렸으며 이후 CJ CGV, 메가박스 등 타 극장들도 버튜버 행사를 열고 있다. 올 초에는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 현대 서울'에서 플레이브·이세계아이돌·스텔라이브의 팝업 스토어가 연달아 열리기도 했다.
프로구단이나 리그 차원의 제휴는 아니지만, 1인 미디어 플랫폼 SOOP(숲, 옛 아프리카TV)에선 이미 버튜버와 스포츠의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 편파 중계 방송으로 유명한 '사이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야구 외에도 WWE 프로레슬링을 중계하는 '클로이', '누눙지' 등도 마니아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