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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마무스메가 '선정적'?…마사회 논란에 유탄 맞은 게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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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마무스메가 '선정적'?…마사회 논란에 유탄 맞은 게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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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원용 기자

인기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가 때아닌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한국마사회가 저작권 고려 없이 올렸다 삭제한 자체 제작 콘텐츠에 국회의원이 나서 '성 상품화'라 비판함에 따라 애꿎은 게임인들이 졸지에 '음란물 이용자'로 전락한 모양새다.

국회 소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축산위) 회의가 열린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이병진 국회의원은 한국마사회가 최근 제작한 마케팅 영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해당 영상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게임 속 확률 뽑기 연출을 패러디한 영상이었으나 인공지능(AI) 이미지 제작기로 만든 듯한 화풍, 원작 게임 대비 과도하게 강조된 여성 신체 표현 등이 문제가 됐다.

또 마사회가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저작권 문제를 이유로' 해당 영상을 내렸다는 것으로 보아 사이게임즈 등 원작사와의 논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도용 콘텐츠'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병진 의원은 해당 콘텐츠 제작 사실을 지적하며 "K컬처가 해외에서 충분히 인기가 있는데", "수컷 말을 미소녀로 의인화하고 짧은 치마, 스타킹 입혀도 되는 것이냐",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조직이어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사회의 콘텐츠 제작과 더불어 저작권 침해의 대상이 된 '우마무스메' IP 자체를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의원실 측에 이에 관해 문의한 결과 "게임과 게이머들 자체를 지적할 의도는 없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의원실이 16일 배포한 공식 자료에서 '우마무스메 게임은 암컷, 수컷 말들을 여성으로 의인화하고 자극적이고 성적인 이미지로 성 상품화하여 출시 이후 물의를 일으켰던 콘텐츠', '교복을 입은 캐릭터도 있어 미성년자 성 상품화 논란도 일으켰다'고 명시했고 이러한 내용이 지속적으로 기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황당하다'로 정리된다. 농축산위 관련 뉴스를 다룬 유튜브 영상의 댓글을 살펴보면 "꽉 막힌 사람들 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 게임이 발전을 못 한다", "말을 의인화한다는 콘셉트로 외산 게임이 한국에서 수백억을 벌어갔는데",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한국 문화를 수출할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마무스메'는 2022년 국내 출시 후 양대 앱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최고 매출 1위를 찍는 등 엄청난 흥행을 거둔 게임이다. 유명 서브컬처 IP 중에서도 '우정', '성장', '드라마' 등을 강조한 스토리로 선정성 요소가 거의 없는 IP로 유명하다.

상당수 서브컬처 게임들이 15세 혹은 19세 이용가로 출시된 가운데 이 게임은 양대 앱마켓에서 12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다. 원작사 차원에서 성적 대상화하는 2차 창작물에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유명한 만큼 게이머들은 더욱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우마무스메 원작이 나온 일본에선 경마에 대한 관심이 늘자 농림수산부 대신이 홍보의 예시로 언급하는 등 선순환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며 "웹툰이나 드라마, 케이팝 등 다른 콘텐츠에도 의인화, 짧은 치마 정도의 노출은 쉽게 발견되는데 게임만 유독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문화예술로 인정받고 있는 게임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에 역행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마무스메와 경쟁하는 국산 서브컬처 게임들은 이미 수출 역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수차례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른 '블루 아카이브', '승리의 여신: 니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니케'를 개발한 시프트업은 이러한 수출 성과에 힘입어 '게임 섹터 유망주'로 이목을 끌며 코스피에 상장, 시가총액 4조원의 우량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콘텐츠 수출 역군으로서 게임의 중요성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최근 경기도 판교에서 '제8차 콘텐츠산업 진흥위원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게임사 네오위즈를 방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조승래, 강유정, 김성회, 박상혁, 장철민, 위성곤 의원과 개혁신당의 이준석 의원 등이 참여하는 '22대 국회 게임 정책 포럼'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같은 정당에서 특정 게임과 게이머들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비판이 나왔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느낀다.

게임사와 게이머들이 애꿎은 '유탄'을 맞았다는 점에선 2013년 국정감사 중 모 의원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관해 공식 이미지가 아니고 일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2차 창작 일러스트를 문제 삼으며 'LOL이 아닌 에로엘'이라고 지적했던 일이 떠오른다.

앞서 언급한 국회 게임 정책 포럼 준비위원회는 "게임은 단순한 여가문화를 넘어 최첨단 산업이자 종합예술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는 분야"라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모든 이들이 게임에 대해 완벽한 이해를 갖추길 바라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오해'만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