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일본 가계에 미치는 타격이 커지자 9월로 예상되는 여당의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 일본 당국이 결국 ‘개입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일본 당국의 이번 환시 개입 타이밍과 행태가 지난 4~5월의 개입과는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전술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도 커졌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4월 하순과 5월 초에도 엔화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160.245엔까지 추락하자 환시 개입에 9조8000억 엔(627억 달러)을 투입한 바 있다.
전술 변화
로이터는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 물가 급등이 9월로 예상되는 일본 여당 지도부 경선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지율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개입 근거로 제시했다.
엔화 약세를 방치할 경우 펀더멘털에 어긋나는 투기적 움직임을 묵과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다만 이번 개입 행태는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종전에는 엔화 환율이 급락하는 시점에 개입이 단행됐다면 지난 11일 개입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깜짝 하락하면서 달러 환율이 이미 떨어지는 타이밍에 나왔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시장 흐름이 엔화에 유리하게 움직이는 시점을 포착해 일본 당국이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시도했다고 풀이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술 변화가 당국이 언제 다시 개입할지 추측하도록 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당국은 구체적인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트레이더들은 달러당 160엔 이상을 일본의 개입 가시권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재무성에서 외환 업무를 총괄해 온 간다 마사토 재무관이 오는 7월 말로 사임하고 새로운 실무자가 바톤을 이어받게 되면서 신임 재무관의 업무 스타일 변화에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간다 재무관은 2022년과 2024년 대규모 엔화 매입 개입을 주도했고 시장에 엔화 약세를 부추기지 말라고 공격적으로 경고하는 스타일이었다.
간다의 후임인 미우라 아쓰시의 통화정책에 대한 견해는 현재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환율 정책의 큰 틀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다.
로이터는 다만 신임 재무관의 시장 소통 스타일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속 개입 가능성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임금 상승률을 플러스로 전환하고 가계의 구매력을 높이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큰 위협 요인이다.
로이터는 엔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커지면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당국이 다시 개입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또한 최근 일본 당국의 개입이 오는 30~31일로 예정된 일본은행(BOJ)의 정책회의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양적 긴축과 금리 인상이라는 매파적 조치를 통해 엔화 하락 속도를 늦추려는 정부의 노력에 협조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엔화 환율 움직임이 금리 결정의 핵심 동인이라는 인상을 시장에 줄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로이터는 또한 환율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도구로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중앙은행의 규정에도 어긋난다는 측면에서 일본은행이 이러한 대응은 피하고 싶어 할 것으로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의 개입이 엔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는 데 성공한다면 일본은행이 다음 금리 인상 시기를 조절하는 데 더 많은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