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그동안 상승 흐름을 주도해 온 인공지능(AI) 빅테크에서 중소형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연중 최고
중소형주 2000개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연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단 5거래일 동안 지수는 무려 11.5% 폭등했다.
이후 가파른 상승세 부담 탓인지 하락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연초에 비하면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로테이션
중소형주가 갑자기 두각을 나타낸 최대 배경은 로테이션이다.
투자자들은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세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빅테크를 버리고 상승 여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중소형주로 갈아타고 있다.
10~16일, 5거래일 동안 러셀2000 지수는 시장 실적 지표이자 대기업 500개로 구성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를 상승률로 10%포인트 웃돌았다.
5거래일 기준으로 최대 마진이다.
중소형주 갈아타기 모멘텀은 상당하다.
지난 10일 마감가를 기준으로 러셀2000 지수는 올들어 고작 1.2% 상승하는데 그쳤다. 두자리수 상승률을 기록한 S&P500과 나스닥 지수에 크게 뒤처졌다.
특히 이 기간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는 주가가 138% 폭등했다.
금리 인하
주식 시장 로테이션을 촉발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였다.
연준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전쟁을 이제 마무리하고 금리 인하로 확실하게 방향을 틀었다는 판단이 로테이션 방아쇠가 됐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인하를 시작으로 올해 2~3회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미래 수익 전망이 주가 흐름을 좌우하는 빅테크에도 중요한 변수다. 미래 수익 현재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 큰 영향을 받는 종목들은 중소형주다.
엄청난 현금을 보유해 고금리에서도 별 타격이 없는 빅테크와 달리 중소형 종목들은 실탄이 부족해 고금리 충격이 크다. 금리가 내려가면 중소형주 실적 개선이 뒤따른다.
트럼프 트레이드
빅테크에서 중소형주로 로테이션 하고 있는 또 다른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혜택을 볼 종목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이다.
트럼프는 법인세 인하를 공약하고 있다. 그는 이미 자신이 1기 집권 당시 21%로 낮춘 법인세율을 15%로 더 낮추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경기 침체
중소형주 상승 흐름이 지속될지를 가르는 1차 관문은 실적 발표다.
실적 개선이 확인되면 빅테크에서 중소형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
울프리서치의 최고투자전략가(CIS) 크리스 세니옉은 실적 개선, 낙관 전망이 더해지면 중소형주가 연말까지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하는 대개 경기 침체 상황에서 비롯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연준이 올해 3회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경제 상황이 그만큼 나쁠 수 있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22V 리서치의 데니스 드부셰레는 연준이 연착륙에 맞춰 최대한 금리를 내릴 수도 있지만 경착륙, 경기 침체 상황에서 더 가파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는 여유 자금이 부족한 중소형주에는 최악이다.
드부셰레는 최근 러셀2000 지수가 나스닥 지수 흐름을 가파르게 앞지른 것에 이미 호재들이 모두 반영돼 있을 수 있다면서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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