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종이 화폐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비슷하나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 달러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새로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신용카드나 직불 카드 또는 벤모, 애플 페이처럼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달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다.
미국이 CBDC 발행을 늦추면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디지털화폐 발행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중국은 서방 국가에 비해 이 분야에서 5~6년 앞서 있다고 전문가들이 말했다.
디지털화폐 발행 주체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아직 CBDC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망이 밝아져 글로벌 금융계가 디지털 달러화의 미래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2월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CBDC가 정부의 감시와 개인 금융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CBDC가 도입되면 정부가 예고 없이 개인의 계좌를 비우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트럼프가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은 CBDC에 대한 마지막 방어선”이라며 “남은 비트코인을 모두 '미국산'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는 가상자산 기업들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며 열려있는 사람”이라며 “미국은 이 산업에서 반드시 선두가 되어야 한다. 2등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도 연준의 CBDC 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은 지난 5월 23일 디지털 달러화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216표, 반대 192표로 가결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CBDC가 연방 규제 당국에 금융거래에 대한 광범위한 새로운 감시 권한을 부여해 다른 디지털 자산과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 의원 3명도 공화당 측 주장에 동조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에 따르면 호주와 스페인, 스웨덴, 중국, 인도 등 100개 이상의 국가가 CBDC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바하마와 자메이카, 나이지리아는 이미 정부 지원 디지털화폐를 출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재무부, 법무부, 소비자 금융 보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여러 정부 부처에 디지털 자산 규제 방안 검토를 지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들 기관은 암호화폐가 금융시장, 환경, 혁신 및 경제 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9개의 보고서를 보고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백악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디지털화폐 발행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홍콩은 최근 중국의 주요 은행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e-CNY)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홍콩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홍콩 주민들이 중국은행, 교통은행, 건설은행, 중국공상은행과 함께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개설해 중국 본토에서 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인들은 휴대 전화번호만 사용하면 홍콩 내 17개 시중은행을 통해 'FPS'로 불리는 즉시 결제 시스템으로 본토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충전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홍콩은 중국 본토 이외 지역 중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개설할 수 있는 첫 번째 도시가 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