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를 짓누르고 있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길어지고 있다. 고객사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하겠다고 밝히며 전동화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회복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계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앞서 세웠던 전동화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전기차 수요가 줄자 벨기에 있는 아우디 공장 구조조정이나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한다는 당초 계획을 철회하고 내연기관 픽업트럭 생산기지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증가하고 있지만 전년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와 외신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년 전 같은 기간 성장률(54.8%)과 비교하면 9분의 1 수준이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은 0.4% 줄었다. 주요 시장인 독일, 프랑스 등에서 판매가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고체, 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장 전기차 수요 둔화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리튬황, 리튬메탈, 바이폴라 등을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30년 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집중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배터리를 말한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전날 열린 'SNE리서치 배터리데이'에서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고객사에 보내 평가를 받고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온은 미국 전고체 배터리 업체 솔리드파워와 협력을 강화하며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에도 나서고 있다. SK온은 파우치형이 주력인데 올해 초 각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해 현재 완성차 업체와 제품 공급을 협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