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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전기차 시대에 찾아온 '머피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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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전기차 시대에 찾아온 '머피의 법칙'

육동윤 기자
육동윤 기자
지난 1일 인천 청라 벤츠 전기차 화재의 그을음이 아직도 남아있다. 아파트 벽체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마음속에 전기차 공포심이 더 깊게 새겨지고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전기차 화재 사건은 많았다. 이번엔 다르다. 일단 규모가 크고 피해 정도도 심각하다. 아파트 주민 23명이 다쳤고, 차량 87대가 전소됐다고 한다. 많은 주민이 대피하고 일상생활을 잃었다. 굳이 비교를 해본다면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앞 급발진 사고보다도 임팩트가 강하다. 통계학적으로 조금 더 높은 '일어날 확률'이라는 게 중요하다.
불안감은 전염된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는 실제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청라 화재도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전기차 화재는 대처 방안에 관한 매뉴얼만 갖춰져 있다면 관리하에 둘 수 있는 문제다. 세월호도 같은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는 정확한 매뉴얼이 없다. 타이밍을 생각지 못한 분명한 정책의 오류다. 전기차 화재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00년 전 포기했던 것을 다시 미래 먹거리로 끄집어낸 이후부터, 과도기인 하이브리드를 무시하고 넘어가면서부터 말이다.

분명한 문제의식이 없는 게 아니라 이 또한 지나갈 사실이라는 뜻이다. 잊은 것 같지만, 한때 '불차'로 악명 높았던 BMW는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세월호의 아픔은 알고 있지만, 재발 방지 대책은 완벽한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책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동족방뇨(凍足放尿)에 불과하다. 내수 시장은 해외 판매와 다른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가는 것이 올바르다.
머피의 법칙은 재수가 없는 게 아니라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라고 했다. 지금 딱 전기차 시장이 그렇다. 일부의 그 어떤 희생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한다면, 철저하게 매뉴얼이 갖춰졌을 때 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내는 것이 옳다. 118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는 열대야를 생각한다면 환경오염에 대해 심각히 걱정해야겠지만, 다른 대안도 생각보다 아주 많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