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 스미스 교육부 장관의 입을 통해 나온 주4일 근무제 대한 영국 노동당 정부의 입장은 한마디로 주4일 근무제를 본격 도입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따라 주4일 근무제와 사실상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주4일 집중근무제’를 그 대안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주4일 근무제와 주4일 집중근무제의 차이
주4일 근무제란 지금까지 일반화돼 있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을 일하는 근무 방식에서 쉬는 날을 하루 더 추가하는 것으로 변경해 일주일에 4일만 일하는 형태의 근무 제도를 말한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하는 방식에서 하루 8시간 주 4일 근무하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주32시간제로 부르기도 한다.
바꿔 말하면 주5일 근무제에서 기대되는 생산성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일하는 시간을 20% 줄이면서 급여는 깎지 않는 방안을 일컫는다.
하루 근무시간은 기존대로 유지하되 근무 일수만 하루 줄이는 것이 주4일제의 핵심이다.
아일랜드, 일본, 싱가포르 등 일부 경제 선진국에서 시범적으로 주4일제를 이미 도입했으나 대개의 나라에서는 아직 논의만 한창 진행 중이다.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스미스 영국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영국 LBC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개한 영국식 주4일제 도입 방안은 ‘사용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할 것을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주4일 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
즉 주5일 근무제로 처리해왔던 업무를 주4일 근무제로 처리할 수 있는, 즉 근무일을 하루 줄여도 같은 양의 업무를 처리하는데 문제가 없는 근로자들의 경우 주4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허용하는 것을 의무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주 5일의 근로시간보다 적은 4일 이내에 자신의 작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라는 뜻에서 ‘주4일 집중근무제’로 표현하기도 한다.
◇주4일 집중근무제 신청 사유 ‘불합리’ 증명 못하면 수용 원칙
스미스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주4일 집중근무제 도입에 관한 영국 노동당 정부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사용자들은 주4일 집중근무제를 신청한 근로자들의 신청 사유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으면 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도입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 그렇다.
스미스 장관은 현재 논의가 무성한 주4일 근무제도 좋지만 적어도 주4일 근무제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만 있다면 주4일 집중근무제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주5일제로 일했을 때 낸 성과와 비슷한 성과를 낼 수만 있다면 주4일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더 많은 휴일을 바라는 근로자들에게도 좋을 뿐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큰 피해가 없을 것이란 논리다.
스미스 장관은 “주4일 집중근무제는 주 5일 동안 매일 8시간 일하는 대신에 주 4일 동안 하루 10시간씩 일할 수 있도록 해 근로자들이 여가활동이나 가족을 챙기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 의욕을 더 고취시키는 동시에 생산성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그래서 기업의 발전을 더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사용자에 대한 일률적인 의무화는 피할 듯
그러나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주4일 집중근무제를 강요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입장이다. 즉 주4일 집중 근무로 기존 업무를 처리하는데 문제가 없는 근로자들에게만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스미스 장관은 교원을 비롯해 탄력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하기 어려운 일자리에도 집중근무제를 도입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 “교사뿐 아니라 집중근무제로 일하는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어려운 직업도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근무일수를 줄이는 것이 가능한 직종들에 한해 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다.
영국 산업통산부 대변인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주4일 집중근무제를 모든 기업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계획은 없다”면서 “차후 이와 관련한 입법은 재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