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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대본·음악…영화제까지 점령한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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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대본·음악…영화제까지 점령한 인공지능

인간 작곡가 대신 AI 사용하면 '제작비 0원'
AI 작품 대상 '국제 영화제' 잇단 개최
다수의 '저작권 분쟁'은 여전히 숙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AI 영화' 경쟁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할머니는 어디로 떠난걸까?' 스틸컷.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미지 확대보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AI 영화' 경쟁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할머니는 어디로 떠난걸까?' 스틸컷.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인간 작곡가들은 노래의 본질을 포착하지 못한다. 잦은 마감 지각과 스케줄 꼬임 등의 인적 요소로 인해 음악 제작에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소모되고 있다. 이에 향후 프로젝트에서는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음악만을 사용할 것이다"

람 고팔 바르마 인도 영화 제작자의 실제 발언이다. '회사(Company)', '레겔라(Rangeela)' 등 인기 있는 발리우드 영화로 유명한 영화 제작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그는 수노와 우디오 등 작곡 생성형 AI로 생성한 음악만을 다루는 'RGV Den Music' 벤처를 설립했다.
그는 AI를 이용하면 '제로 비용'으로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영화계에 충격을 안겼다. 해당 발언은 미디어·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 AI의 역할과 영역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 AI 영화제가 속속들이 등장하며 예술의 영역으로 인공지능을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국제 영화제 가운데 최초로 'AI 영화' 경쟁 부문을 신설하며 AI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를 심사하고 상을 수여했다.
기술상·관객상 수상작  감독 배준원,  스틸컷.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미지 확대보기
기술상·관객상 수상작 감독 배준원, 스틸컷.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총 15편의 작품 중 작품상, 기술상, 관객상 부문으로 나눠 시상했으며, 이 외에 AI와 영화를 접목하고 공존과 상생을 모색하는 'BIFAN+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을 마련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30명 모집에 무려 6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정원을 60명으로 증원, AI 기술에 대한 영화계 종사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영화의 도시로 잘 알려진 부산에서는 생성형 AI 제작 작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를 개최한다. 12월 6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Busan International AI Film Festival)'는 AI 기술이 영화의 부분 또는 전체에 활용된 작품만을 대상으로 한다.

출품작 중 1차 심사를 거쳐 15편의 작품을 선정하며 본선에서 심사를 거쳐 최우수 AI 창의 영화상 1편, AI 예술 혁신상 1편, AI 기술 진보상 1편, AI 사회 영향상 1편 등 모두 4편을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도구 개발에 반대하며 파업 시위에 나선 미국 작가조합(WGA) 작가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도구 개발에 반대하며 파업 시위에 나선 미국 작가조합(WGA) 작가들. 사진=뉴시스

이렇듯 영화계는 AI라는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영역을 넓혀나가는 모습이나 내부 반발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된 작곡 생성형 AI 수노와 우디오는 지난 6월, 미국 음반산업협회와의 법적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협회는 작곡 AI인 수노와 우디오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들로 훈련됐다고 주장하며 곡 당 15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법원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20여 건이 넘는 저작권 소송에 직면해 있다. AI 활용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와 더불어 여전히 생성형 AI를 둘러싼 저작권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필요한 지점이다.

과거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적은 직군은 단연 인간의 '창조성'을 필요로 하는 예술 계통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영화감독 등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영역은 AI가 흉내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AI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현재에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서비스부터 단순 사무직, 예술, 개발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AI가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창작을 돕는 '보조적 수단'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간의 창조성을 현실로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으나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