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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수출진흥기관 ‘코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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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수출진흥기관 ‘코트라’

채명석 중기‧공기업부 부장
채명석 중기‧공기업부 부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즉 코트라(KOTRA)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이 보유한 수출 진흥기관이다.

2023년 기준 1304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코트라는 국내에 본사와 12개 지방지원단 및 2개 분소, 해외 10개 지역본부와 84개국 129개 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다.
1962년 설립 당시 벤치마킹 모델이었던 일본무역진흥회(JETRO, 일본 내 52개 사무소, 해외 55개국 75개 사무소)와 이탈리아무역공사(ICE, 65개국 79개 사무소)보다 많은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 유지하고 있다.

코트라의 핵심 임무는 해외 신시장 개척과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 지원이다. 여기에 외국기업의 한국 투자를 돕는 일까지 추가했다. 60년 넘는 역사 동안 코트라는 고유의 역할에 충실하며 ‘수출사의 산증인’을 자처했다. 공산국가는 물론, 국교 정상화 이전의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 진출의 첫 기수에는 코트라가 앞장섰으며,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영사업무까지 처리해야 했다.
1997년 발생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본국으로부터 재정 지원이 끊긴 가운데에서도 우리 기업의 수출과 현지 주재원들을 보살피고, 2003년 미-이라크 전쟁 이후 교민과 기업이 철수했어도 바그다드 무역관 직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남아 현지 정세에 목말라하는 국민을 위해 소식을 전했던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2020년 전 세계의 교역을 단절시켰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는 코트라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정보통신기술(ICT) 네트워크를 통해 온라인 화상 상담회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행한 기업이 코트라였다.

기자는 코트라를 ‘수출 한국 인프라’라고 정의 내리고자 한다. 하지만, 코트라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당장 드러나는 것이 지금도 수면 아래에서 진행 중인 부처 간 이기주의다. 코트라의 주무 부처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다. 산자부의 전신인 상공부는 코트라의 해외 정보를 사실상 독점해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 기업에 전달했다. 해외 시장 정보 습득 순위에서 밀린 타 부처 공무원들은 부러움과 불만을 함께 느꼈다. 그만큼 코트라를 빼앗고 싶은 열망이 컸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발생과 함께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정부 조직 개편을 단행했는데, 이때 외교부는 정부조직법과 무역투자진흥공사법을 고쳐 코트라를 가져오겠다고 나섰다.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도 ‘백지수표’를 내밀며 코트라를 차지하고자 물밑 작업을 진행했다. 중소기업 수출 진흥을 역점 정책으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는 코트라를 중소기업부로 이관을 추진했다. 희망이 좌절되자 이들 부처는 ‘코트라 무용론’을 내세워 아예 없애버리려고까지 했다. 숱한 내부 위기를 딛고 코트라는 존재하고 있다.

코트라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21명의 전‧현직 코트라 사장의 경력을 살펴보면 산자부(상공부‧동력자원부‧상공자원부‧산업자원부 등) 출신 고위 관료가 13명으로 가장 많고, 비(非) 산자부 출신 관료가 4명 군(軍) 장성 출신이 출신 3명이었으며, 코트라 내부 출신 인사는 단 1명이다.

22대 사장이 누가 될지와 관련해 일부 언론이 산자부 출신 고위 인사의 유력 설을 보도했다. 다만 아직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한 듯하다. 흥행이 부진하다는 건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 실세들 사이에서 부처 간 알력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설명할 수 있겠다. 우리 기업 수출 진흥에 도움을 중 수 있는 인사가 돼야 한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