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자사주 공개 매수, 전체 주주 뜻에 부합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을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등 정당한 방어 조처를 하는 것은 특정 주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회사와 전체 주주와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의 뜻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날 발표한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해 "고려아연 이사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이유는 제가 고려아연 주주여서도 아니고 제 성이 '최' 씨여서도 아니다. 회사 경영권은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을 포함하는 주주들의 총의에 기반한 주총과 이사회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12일 시작된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이 이후 최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에는 최 회장 그리고 박기돈 고려아연 사장, 조현덕 김앤장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고려아연은 기자회견에 앞서 보통주 1주당 83만원에 자사주 320만9009주를 취득하고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취득예정금액은 2조6635억원, 매수 기간은 4일부터 23일까지다. 자금 규모는 2조6634억원이다. 여기에 사모펀드 운용사 베인캐피탈이 힘을 보탠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 연합이 공개매수하는 지분은 최대 18%인 372만6591주다. 투입되는 전체 비용은 약 3조1000억이다.
최 회장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하는 자사주 전부를 소각할 것"이라며 "이는 단기적으로 금융부담이 수반되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보존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제고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이 결정은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주주와 그렇지 않은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MBK와 영풍이 적대적 공개매수를 통하여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빼앗는 경우 고려아연 미래는 없다. 결국 MBK는 고려아연을 중국기업이든 누구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인에게 매각할 것"이라며 "이러한 결과를 방지함으로써 비철제련 세계 1위의 토종기업으로서 2차전지 공급망에서 니켈 등 핵심 원소재를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을 지키고자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협력사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 주주들, 국민에게 약속했다.

최 회장은 "솔직히 3주 동안 오늘만을 보며 살았다. 내일은 어떻게 됐는지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며 "(영풍 측에 경영권을 내주는 것은) 고려아연을 미래를 위해서, 임직원들을 위해서, 협력사를 위해서, 주주들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를 비롯한 모든 고려아연 경영진들은 언제나 회사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책임을 다하겠다. 저희가 맞닥뜨리는 환경에 맞춰서 나아가겠다"고 했다.

또 이날 최 회장은 영풍 측에 화해의 손도 내밀었다.

최 회장은 "영풍이 원한다면 우리는 석포제련소의 현안 해결에 기꺼이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제든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저는 영풍의 장 고문과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사항들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허심탄회하게 상의드리고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추가 가처분을 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 규모는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