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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의 중국 딜레마…경쟁관계인 동시에 협력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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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의 중국 딜레마…경쟁관계인 동시에 협력관계

중국이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를 벌여온 유로존 지역들. 짙은 색일수록 누적 투자액이 많은 곳이다. 사진=로디엄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를 벌여온 유로존 지역들. 짙은 색일수록 누적 투자액이 많은 곳이다. 사진=로디엄그룹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폭탄을 때리는 것을 골자로 한 EU 집행위원회의 방안을 최근 확정했으나 사실은 중국과 관계에서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은 EU 회원국들의 관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아쉬운 입장이기도 해서다.

회원국에 따라 이해관계나 사정이 다른 것도 EU의 대중 관계가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EU 정상들 “중국은 협력하면서도 경쟁해야 하는 대상”

유로뉴스는 “지난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EU 회원국 정상들이 표현한 EU와 중국 간 관계는 EU가 직면하고 있는 중국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고 8일(현지시각) 지적했다.

대부분의 EU 정상들이 중국을 협력해야 하는 나라이면서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나라라는 인식을 피력했다는 것.

그러나 한꺼풀 더 들여다보면 EU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유로뉴스는 지적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을 견제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는 회원국들이 있는가 하면 자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중국 자본의 유치가 필요한 회원국들도 있다는 얘기다.

유로뉴스는 “최근 실시된 대중국 관세폭탄 부과 방안에 대한 투표에서 독일, 헝가리, 몰타,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한 반면에 프랑스를 필두로 이탈리아, 라트비아,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덴마크, 폴란드, 불가리아는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비근한 사례”라며 이같이 전했다.

스페인, 오스트리아, 벨기에, 크로아티아, 체코, 핀란드, 그리스, 룩셈부르크, 포루트갈, 루마니아, 스웨덴, 사이프러스 등 12개 회원국은 어정쩡하게 기권표를 행사했으나 EU 규정상 기권표는 찬성표로 간주돼 가결에 기여했다.

◇ 독일과 프랑스의 상반된 이해관계


유로존의 대표적인 경제강국이면서 이번 투표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던 독일과 프랑스가 비근한 사례라는 지적이다.

프랑스의 경우 자동차 산업이 유로존 내수 시장 위주로 굴러가고 있고 중국에 수출되는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자국 자동차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이번 관세폭탄 부과 방안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에 독일은 유로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을 비롯한 상당수 기업들이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유로존으로 들여오는 실정이어서 프랑스와는 반대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헝가리의 경우도 공공부채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경제협력 관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어 반대표를 던진 사례다. 헝가리는 중국 1위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가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곳이기도 하다.

◇ “중국 투자 더 줄어들라” 우려 목소리


벨기에의 통상전문 법무법인인 VBB의 빅터 크로쳇 변호사는 유로뉴스와 인터뷰에서 “EU 회원국 투표는 대중 관세폭탄 부과방안 가결로 결론이 났으나 이번 조치로 중국의 대EU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EU 회원국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중 관세폭탄 카드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중국의 대EU 투자액은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번 조치로 중국의 투자가 더 감소할 가능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EU 집행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EU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벌인 투자는 47억 유로(약 6조9340억 원)에 달한다. 중국은 자동차 시장, 생명공학 시장, 의료보건 시장, 제약시장을 중심으로 EU 회원국들에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10%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전무후무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여파로 중국의 대규모 유로존 투자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분석도 이미 나온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로디엄그룹과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가 지난 2022년 펴낸 중국의 유로존 FDI(외국인직접투자) 투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과 영국을 포함한 유로존에 대한 중국의 FDI는 수년째 하향곡선을 그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