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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 개발사 덕에 살았다"…크래프톤의 '키다리 아저씨'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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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 개발사 덕에 살았다"…크래프톤의 '키다리 아저씨' 전략

서구권 신생 업체에 연이어 초기 투자 집행
'크리에이티브 확장' 비전에 맞춰 투자처 발굴
M&A, 퍼블리싱 계약 통해 'IP 홀더'로 자리매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미지. 사진=크래프톤이미지 확대보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미지.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이 글로벌 게임업계 '큰 손'으로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 생태계 후원을 통한 브랜딩에 더해 미래 시장 강화까지 폭넓게 효과를 볼 전망이다.

스페인 소재 신생 게임사 EF게임즈는 최근 크래프톤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회사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경력직 유니티 개발자와 3D 아트, UI(이용자 인터페이스) 아트 직군 구인을 개시했다.

호아킨 루이페레즈 EF게임즈 대표이사는 회사 설립 전 3D·VR 소프트웨어 개발사 이스튜디오퓨처(Estudiofuture)의 대표직을 수행했다. 그는 "EF게임즈는 온라인 PvP(이용자 간 경쟁) 게임에 있어 기존의 경계를 깨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창의적 인재들로 팀을 구성하는 데 크래프톤의 도움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다른 신생 업체 데이포나이트(Day 4 Night) 또한 이달 8일 첫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크래프톤과 원업(1Up) 벤처스의 첫 라운드 투자에 힘입어 본 회사가 출범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유비소프트에서 '마리오+래비드' 시리즈를 개발한 다비드 솔리아니가 '레드 데드 리뎀션 1', '미들 어스' 시리즈 등의 스토리 작가 겸 디자이너, 디렉터로 활동했던 크리스찬 칸타메사가 함께 설립한 곳이다.

마리아 박(한국명 박혜리) 크래프톤 기업개발본부장은 데이 포 나이트에 투자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데이 포 나이트는 매우 매력적이고, 매혹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오리지널 IP를 개발 중"이라며 "우리가 그간 봐온 것 중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크래프톤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크래프톤 공식 유튜브

크래프톤은 2021년 8월 코스피 상장을 전후로 이러한 투자 행보를 시작했다. 회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약 3년 동안 크래프톤은 총 27개 업체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 위치한 업체만 22곳이 크래프톤의 투자를 받았다.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에 관해 "당사는 10명 전후로 구성된 전담 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지난해 한 해에만 약 350개 전후의 업체와 미팅하며 투자처를 적극 발굴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보에 외신들은 흔히 '배틀그라운드(배그) 개발사의 투자'라고 칭한다. 배그는 상장 전부터 크래프톤의 중핵 역할을 해온 '핵심 IP'이다. 원작을 아일랜드 출신 개발자 '플레이어언노운' 브렌던 그린이 함께 한 만큼 서구권 유저는 물론 게임업계인들 사이에서도 친숙한 IP이기도 하다.

크래프톤은 지난해부터 '크리에이티브 확장(Scale-up the Creative)'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이러한 투자 행보와 연결짓고 있다. 마리아 박 본부장은 "데이 포 나이트의 비전은 크래프톤이 '크리에이티브 확장'의 일환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스튜디오의 유형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초대 대표 등을 역임했던 오진호 비트크래프트 벤처스 파트너를 영입, 글로벌 퍼블리싱 책임자(CGPO)로 선임했다. 게임 개발사 설립 초기에 시드 투자를 하는 '키다리 아저씨'로서의 면모는 물론 지분 투자와 인수합병(M&A), 라이선스, 퍼블리싱 계약 등 다양한 형태로 협업을 이어가 IP 홀더로 자리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