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1월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 장기화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과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가들 간 무력 충돌 확산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 영국의 심각한 국가부채 문제 등으로 올해 전세계 고용시장이 당분간 한파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채용전문 컨설팅업체 로버트 월터스가 이날 펴낸 2024년 글로벌 일자리 지수 보고서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 글로벌 일자리 5% 감소
로버트 월터스 보고서는 전세계 기업들이 지난달 뽑은 일자리를 파악한 결과 지난 8월과 비교해 5%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화이트칼라(사무직) 직종에 속한 일자리의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나라별로 보면 싱가포르, 미국, 영국, 호주, 독일을 비롯한 선진 경제국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채용 감소 추세가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들 국가의 기업들은 대체로 향후 사업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고용을 줄인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월터스는 특히 지난달 포착된 유로존 기업들의 고용 감소 추세는 예년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토비 파울스턴 로버트 월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이 즈음엔 채용을 늘린 것이 그간의 전세계 기업들 사이에서 통상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올해의 경우 일부 유로존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마저도 증가 폭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 미국 대선 결과, 위험수위 영국 국가부채
파울스턴 CEO는 “9월의 고용 실적이 예년과 다르게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둔화한 것은 지정학적 위기, 불확실한 경제 전망, 산업별 이슈 등 다양한 글로벌 악재들이 겹쳐 진행되고 있는 것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파울스턴 CEO에 따르면 여러 배경 가운데서도 미국 대선이 주된 것으로 꼽혔다.
그는 “미국 기업들의 경우 다음 달 5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채용을 동결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면서 “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따른 향후 미국 경제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낮은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초접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중 어느 후보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관련한 정책들이 널뛰기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일단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영국의 올해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로 급증하는 등 정부 재정난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국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 대응해 고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이번 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주요한 배경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가 운영하는 토니 블레어 연구소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나라빚 급증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줄이기 위해 새로 출범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는 향후 5년 간 500억 파운드(약 88조5000억 원) 규모의 증세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