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면전이 터지면 전세계 정치 안보 외교 지형을 물론 세계 경제에도 큰 파란에 예상된다. 이미 국제 유가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도 연일 요동치고 있다. 뉴욕증시뿐 아니라 달러환율 국채금리 금값 그리고 비트코인 국제유가 뿐 아니라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암호 가상화폐도 중동 전면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같은 확전에는 미국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최소 179억 달러를 지원했다. 우리 돈으로24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거액이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아이비 리그 명문 브라운대가 '전쟁 비용 프로젝트'는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이 보고서 작성은 은 2001년 9·11 테러 이래 미국 전쟁의 전체 비용을 평가해온 린다 빌메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교수 등이 주도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역사상 미국 군사 지원의 가장 큰 수혜국이이다. 179억 달러라는 금액은 일 년 동안 이스라엘에 사용된 군사 지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는 평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래 미국의 군사 지원에는 군사 자금 지원, 무기 판매, 미국 비축 물자 사용, 중고 장비 전달 등이 포함된다.
미국은 왜 이스라엘을 무조건 도울까. 중동의 대형 산유국들에 비견한다면 이스라엘은 경제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가장 실용적이라는 미국이 큰 이익을 마다하고 작은 이스라엘에 목을 매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 첫째는 유대인의 영향력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유대인의 수는 600만 명 내외로 추산된다. 그중 혼혈을 뺀 순종 유대인은 절반 가량이다. 3억 명이 넘는 미국 인구에 비하면 그리 큰 수는 아니다. 유대인들은 그러나 금융계 법조계 언론계 학계 영화계 재계 등 미국의 핵심부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미국 정치지도자들이 이스라엘에 목을 매는 두번째 이유는 아이팩(AIPAC)이다. AIPAC은 미국에서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는 유대인 로비단체다. 미국에서 로비 활동은 합법이다.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은 사회적 이익집단들이 입법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는 로비 활동은 헌법상 청원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1946년에 와서는 '연방 로비 활동 규제법(Federal Regulation of Lobbying Act)'을 제정했다. 로비스트로 등록하면 의회 의원이나 행정부 등 정책 결정권자를 직접 만나 자신들의 견해를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다. 사회 여론이나 다른 이익집단을 움직여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들 수도 있다. 특정 이슈에 대해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연합 전선을 형성하거나 일반 국민들의 여론을 움직여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도록 하는 일종의 풀뿌리 민주주의인 셈이다. 정치 후원금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도 로비 법에 의해 보장된다.
미국에는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로비스트와 로비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센 곳이 바로 AIPAC이다. AIPAC은 영어 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의 약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미국 이스라엘 공공 문제 위원회다. AIPAC은 그 정관에서 설립 목적을 "미국의 정책 방향을 친이스라엘 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스라엘에 유리한 정책이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AIPAC는 1947년 워싱턴 D.C.에서 출범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참전이 하루라도 빨랐으면 유대인 학살을 그만큼 빨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가 발단이 돼 설립됐다.
AIPAC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풀뿌리 시민 로비 단체이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신의 조직’이라 불리기도 한다. 매년 3월 워싱턴에서 연례 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총회에는 이스라엘 총리는 물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연방의원들이 대거 참석한다. AIPAC는 이스라엘에 유익한 일은 무조건 지지한다. 이스라엘을 위해 미국 정부나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한다. 이스라엘 기여도를 놓고 하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점수를 매겨 발표하고 있다. 그 점수가 낮은 의원에 대해서는 낙선 운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더 무서운 것은 AIPAC의 자금 살포다. 친이스라엘 후보에게 돈을 대주는 것은 기본이다. 반이스라엘 정치인을 떨어뜨리기 위해 전국의 AIPAC이 나서 그 후보의 상대방에게 무한정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미국의 수많은 현직 의원들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AIPAC 모임에 나타나는 것은 유대인 조직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평소에 이스라엘 또는 유대인을 지지하는 표결에 앞장서야 선거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유대 단체에 한 번 적으로 찍히면 정치생명은 그야말로 끝장이다. 돈으로 무장한 유대인의 조직적 로비가 이스라엘의 생명줄인 셈이다.
중동 전면전 경제 대공황 위기 속에 미국의 일방적 이스라엘 지원은 긴장을 더 고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