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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엔화 약세·예산 문제 이중고에 4000억 달러 방위비 증가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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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엔화 약세·예산 문제 이중고에 4000억 달러 방위비 증가 '좌초' 위기

일본 상륙 신속 전개 여단 소속 병사들이 2023년 말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역 수송선 안에서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상륙 신속 전개 여단 소속 병사들이 2023년 말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역 수송선 안에서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본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던 방위비 증가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25일 닛케이아시아는 새로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정부가 총선을 거친 뒤 내각을 구성할 경우 국방 정책에서 큰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아시아에서 점점 더 공격적인 중국의 군사 태세, 북한의 다음 행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안보 긴장의 시기에 국방비를 대폭 늘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출범 당시 4000억 달러에 육박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2월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는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평화주의 국가를 군사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일본의 방위 산업 공급망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시다 총리 시절 계획된 일본 방위비 증가 프로젝트는 2027 회계연도까지 5년 동안 43조 엔, 현재 환율로 282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일본 국방 관련 지출을 국내총생산의 2%, 즉 나토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3-27 회계연도 증강 계획에 따르면 해상자위대는 미국과 나토 방어 시스템의 이지스 탄도 미사일 방어 부분을 배치하기 위해 구축함 12척과 함정 2척, 총 14척, 즉 매년 약 3척을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일본이 재정 악화로 국방비를 줄였던 2000년대와 2010년대 연간 1척의 구축함만 조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 계획이 현재 내외의 악재들로 인해 좌초될 위기에 있다. 일본이 수년간의 국방비 삭감을 해 오고 평화주의 헌법에 따른 무기 수출 제한으로 인해 재정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들이 정부를 믿고 생산 능력 확충에 투자하기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2022년 초부터 수입해야 하는 부품의 가격이 20% 이상 상승, 잠수함에서 미사일, 기본 부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품목들의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제 전반에 걸친 심각한 인력난으로 인해 군인, 선원, 조종사 및 지원 직원 채용에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자위대 신병의 주요 모집 대상인 18세 인구는 지난 50년 동안 절반 가까이 줄어 2023년에는 11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30년 후에는 다시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여 장비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이를 운용할 인력이 부족한 군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국방성은 2025년 4월부터 시작되는 회계연도 예산 요청에서 “국방력 증강이 대체로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상황. 방위성은 2023 회계연도에 7조1000억 엔, 2024 회계연도에 7조7000억 엔을 사용한 후 12개월 동안 8조5000억 엔의 예산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5개년 프로그램의 마지막 2년의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7 회계연도 이후 지출 수준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성과 방위성의 계획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회의적인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43조 엔 규모로 동아시아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엔저 문제로 인해 예산 가치가 감소해 4분의 1이 단순 인건비로 충당된다는 것이 크다는 지적이다. 5년짜리 프로그램 자체가 전액 지원되지 않는 상태에서 다수의 비용이 인건비로만 나간다는 것은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야심찬 국방비 증액 계획이 난행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국가와의 공동 프로젝트 등이 그것이다. 민간에서는 이미 관련 사업 계획이 활발하다.

미쓰비시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3년 11월 일본 기업 최초로 필리핀에 항공 감시 레이더를 납품하며 방위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또 올해 6월에는 레이시온과 미군과 연합군의 전투기 레이더 시스템을 수리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7월에는 노스롭그루먼과 미국과 일본에서 레이더 장비, 전자전 시스템, 통신 시스템을 공급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또 미쓰비시는 영국 및 이탈리아와 함께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포함하는 기시다의 5개년 전력 증강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전투 항공 프로그램(GCAP)으로 알려진 새 제트기의 항공 전자공학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데, 오는 2035년 취역이 예정되어 있다.

이에 대해 미쓰비시 방위사업 책임자 아라이는 방위사업이 회사의 유의미한 수입 사업군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방위 부문은 기업 매출의 2~3%에 불과하지만, 그 점유율을 계속 늘리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현재는 일본 방위성의 주문 증가분을 충족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정부의 주문이 늘어나는 동안 기술 개발, 생산 투자, 인력 양성을 통해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며, 증설 계획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