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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갈아타기 이번주 시행] '안정형' 은행·보험 vs '공격형' 증권…시장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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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갈아타기 이번주 시행] '안정형' 은행·보험 vs '공격형' 증권…시장 쟁탈전

400조 퇴직연금 시장 자금이동 본격화

사진은 서울 시내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서울 시내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달 31일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금융회사를 옮길 때 기존 투자상품을 그대로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된다. 400조원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되면서 금융권의 시장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노후의 최후 보루인 퇴직연금의 안정성을 위해 은행을 선호하는 가입자와 공격적 투자를 위해 증권을 선호하는 가입자들의 이동을 예상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장기 가입 성격이어서 금융권은 한번 고객을 확보하면 오랫동안 수수료 수익을 낼 수 있어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임박하면서 시장 쟁탈전이 불붙고 있다.
이 서비스로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은 기존 투자상품을 현금화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로 계좌를 옮길 수 있게 된다.

이는 연평균 2%대에 머물러 있는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 10년 동안의 연 환산 퇴직연금 수익률은 각각 2.35%, 2.07%에 그쳐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이번 서비스가 시행되면 가입자들은 안정적 성향의 은행·보험권과 공격적 성향의 증권사 등으로 선택이 활발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은행·보험권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군이 은행권보다 많고 상대적으로 수수료도 저렴하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새 제도가 단기적으로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물이전이 가능하려면 이전하려는 금융사에 현재 금융사와 동일한 상품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권이 51.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증권사(22.6%), 생명보험사(20.5%), 손해보험사(3.9%) 순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가입자의 89%가 원금 보장형 상품인 '초저위험형'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퇴직연금의 특성상 노후 자금 확보라는 확고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손실을 극도로 회피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안전 지향적 투자 성향으로 인해,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안정성의 상징인 은행에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다고 인식되는 증권사나 보험사로의 대규모 자금 이동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가입자들이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하더라도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수익률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들이 수익률이 낮다는 것을 몰라서 초저위험 상품 드는 것 아니다. 퇴직연금은 절대로 잃어서는 안되는 자금이기 때문에 초저위험 상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 운용되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작은 수익률 차이도 최종 수령액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TDF(타깃데이트펀드) 등 대안 상품으로의 전환을 추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가 당장은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수익률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