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이날 18bp 급등한 4.50%를 기록했다. 기준물인 10년물 국채 금리도 16bp 급등한 4.51%를 기록하며 거의 1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전일 노동당 정부는 집권 후 첫 예산안을 발표하고 연간 400억 파운드(약 71조5000억 원) 규모의 증세와 투자계획 방안을 공개했다.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세금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공공 서비스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차입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부채관리국(DMO)은 이번 회계연도에 2970억 파운드(3860억 달러·약 530조 원)의 국채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상 두 번째로 큰 목표치로 투자자들은 향후 5년간 약 1420억 파운드의 추가 차입이 있을 것이라는 공식 전망에 주목했다.
영국의 예산 감시 기관인 예산책임처는 정부 계획안이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내년 인플레이션이 이전 전망치인 1.5%보다 높은 평균 2.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국채 10년물 대비 영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프리미엄은 208bp를 넘어섰다. 이는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미니 예산안' 이후 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영국 파운드화도 이날 급락하며 이틀 동안 유로화 대비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브로커 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자금 및 시장 책임자는 "리브스 재무장관의 연설 동안 퍼져나가던 조용한 낙관론은 사라졌고 영국 채권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세드릭 숏츠 글로벌 금리 책임자는 더 이상 영국 국채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overweight)’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인 차입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지출 증가와 최저임금 인상 및 고용주의 고용 비용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스의 모히트 쿠마르 수석 유럽 전략가는 “시장의 당면 관심사는 장기물 발행을 통한 재정 확대일 것”이라며 “리즈 트러스 모멘트는 기대하지 않지만, 재정 우려가 장기적으로 채권 시장에 계속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트러스 총리가 부채 기반 감세 및 지출을 발표해 결국 사임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이번 주 영국 국채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5bp 상승했지만, 트러스 총리의 '미니 예산안' 공개 이튿날의 50bp 상승보다는 폭이 훨씬 작았다.
투자자들은 또한 영란은행이 내년에 금리를 급격히 인하할 것이라는 베팅에서 한 발 후퇴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영란은행이 다음 달 7일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금리 인하 확률은 예산안 발표 전의 95%에서 80%로 축소됐다.
스와프 시장에서는 또한 내년 말까지 영란은행이 25bp씩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주까지 다섯 차례 금리 인하 전망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