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이 사상 유례없는 초박빙 양상을 보여 대선 결과가 나오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직후인 11월 6, 7일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내릴 것이라는 게 월가의 일치된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미국 기업의 약 3분의 1이 대선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계획을 보류하거나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애틀랜타,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과 듀크대학이 미국 479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 한 조사에서 약 30%의 기업이 대선을 의식해 투자를 연기하거나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주택 구매처럼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일을 결정하지 않은 채 대선 결과를 기다려왔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9월 미국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384만 건(계절조정 연이율 환산 기준)으로 전월 대비 1.0% 감소했고, 1년 전과 비교해서는 3.5% 줄었다. 9월 매매 건수는 지난 2010년 10월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NAR의 로런스 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기자들에게 “미국 대선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인이 주택 매입을 늦췄고, 선거 이후에는 매매 건수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또한 역대급 초박빙 승부가 날 가능성이 크다. CNN 분석에 따르면 지난 1964년 이래 역대 대선에서 특정 후보가 최소 3주 이상 전국 단위로 5% 이상의 지지율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와 해리스가 여론조사마다 선두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시소게임을 선거일 직전까지 계속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98.9%, 동결 가능성이 1.1%로 나타났다. 또 올해 마지막으로 12월 17, 18일에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추가로 내릴 가능성은 82.7%, 동결 가능성은 17.1%로 집계됐다. 이는 곧 금리 선물 투자자들이 대체로 연준이 11, 12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는 ‘싹쓸이’ 결과가 나오면 연준의 기존 통화정책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외국산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 관세 부과,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등을 강행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해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