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등 친환경 운송수단 확산과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석유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비OPEC+ 국가 생산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국제유가는 하향 안정세가 예상된다고 최근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수요 측면의 지각변동이 뚜렷하다.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인 중국에서는 올해 여름 전기·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처음으로 전체 자동차 판매의 절반을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1400만 대를 기록했다. IEA는 이러한 전기차 보급 확대로 2024년에는 일평균 40만 배럴의 석유 수요가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시장 과잉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생산 효율성 향상으로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0달러대까지 하락하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24년 일평균 133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에 1370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PEC+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일일 2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12월까지 연장했으나, 비OPEC 산유국들의 증산으로 실효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정세 불안,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이란까지 확대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일 17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나, 세계은행은 이러한 공급 차질도 비OPEC+ 산유국들의 증산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강화와 기술 혁신이 석유 수요를 더욱 제약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NEF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50%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한다. 연간 약 10억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유가 안정이 무역수지 개선과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도 제기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비한 장기적 전략 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