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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트럼프 2기 글로벌 경제 벌벌 떠는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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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트럼프 2기 글로벌 경제 벌벌 떠는 5가지 이유

미국 백악관 전경.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백악관 전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우리 속담에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간에 우선 지금 당장은 돈이 들지 않으니까 무슨 짓이든 저지른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는 예부터 집안의 기둥이었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없어선 안 될 재산이자 농경 생산의 필수 자본재였다. 조선 시대에는 소를 국가 부의 원천으로 여겨 개인 소유라고 해도 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마음대로 도살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소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더 이상 살지 않겠다는 자살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당대 세계 최고의 석학으로 추앙받고 있는 자크 아탈리가 최근 "미국의 국가 부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미국은 이미 파산했다"고 지적해 주목을 끌었다. 아탈리 박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나서 "미국의 국가 채무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뼈를 깎는 획기적인 대책이 없으면 도산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대선을 치르면서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국가 부채에 침묵으로 일관했다면서 국가 도산의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들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 무섭다고 말했다. 대권 후보들에게 국가 채무 대책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미국 유권자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 비율은 1948회계연도 96%에서 1974회계연도 32%까지 줄어들었으나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2020회계연도 126%를 기록했다. 2024회계연도에는 124%로 집계됐다. 아탈리 박사는 "미국 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125%에 달하는 채무를 소화할 수 없고, 이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미 사실상 도산 상태라는 의미다. 아탈리는 미국 대선 경쟁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편적 관세'를 공약으로 내건 것을 가리켜 "이것이 바로 중국이 트럼프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미국 행정부가 관세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 미국 교역이 줄어 경제성장 동력이 식고, 이는 세계 경제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중국의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역사적으로 부채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성장, 과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전쟁 등 4가지뿐이라며 "유일한 안전한 방법은 성장"이라고 말했다. 아탈리는 "내년 초 새 대통령 취임식쯤 (미국 연방정부가) 국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채무가 부풀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성장을 약화시키면 커다란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누가 새 미국 대통령이 되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이자 가장 강력한 화폐를 가진 나라가 파산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경제학자인 아탈리는 '더 나은 미래', '미래의 물결', '인간적인 길', '마르크스 평전' 등 수십 권의 책을 집필한 세계적 석학이다. 1974년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사회당 당수의 경제고문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미테랑 대통령 취임 후엔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의 국가 부채 위기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뉴욕증시에도 국가 부채 폭탄이 본격적으로 밀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두 후보 모두 적자 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가 부채는 더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국가부채에 있어서는 트럼프가 더 심하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35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 경기 부양책 이후 국가 부채는 2019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3%에서 현재 120%까지 급증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재정적자는 계속 증가해 GDP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 적자가 누적되면 그 부족액을 국채 발행으로 메꿀 수 밖에 없다. 국채 발행 물량의 확대는 달러 가치를 하락시켜 결국에는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 국가 부채 때문에 연준 FOMC가 또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최근 들어 뉴욕증시에서 국채 금리가 급등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초당파적 성격의 비영리기구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향후 10년간 미국 국가 부채가 수조 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냈다. 이 위원회는 두 후보의 연설, 공약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토대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어떤 후보의 공약하에서든 부채는 경제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며,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현행법보다 더 빠르고 높게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적극적인 중산층 부양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향후 10년간 국가 부채는 3조500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해리스 캠프는 중산층 지원 정책에 더해 부자 증세를 통해 재정을 관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수천조 원 규모의 적자 증가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이 단체의 판단이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경우 최소 7조5000억 달러에서 최대 15조2000억 달러의 국가 부채 증가가 예상됐다. 해리스 후보의 2~4배 수준이다. 대대적인 부자 감세 정책 때문에 적자가 더 늘어난다. 두 후보 모두 유권자들에게 예산적자 감소에 대해서는 의미 있게 강조하지 않았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각국 정부들이 차입에 너무 익숙해졌으며 저조한 성장세가 부채 상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100일마다 1조 달러씩 늘고 있다. 우리 돈 1400조원 상당의 규모다. 우리나라 내년도 전체 예산안이 678조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두 배가 넘는다. 최근 천문학적 부채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다. 코로나 발생 2년 만에 미국 정부는 5조 달러를 직접 시장에 풀었고, 그동안 부채는 추가로 7조원이 더 늘었다. 국가 부채를 낮추는 방법은 흔히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증세, 지출 축소, 채무 재구성, 부채의 수익창출 그리고 디폴트(채무 불이행) 등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거기에는 적지 않은 고통이 따른다. 국가 부채는 미국 제47대 대통령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외상이라고 잡아먹은 소를 다시 구해오지 못한다면 세계 경제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요즘 뉴욕증시는 연착륙 또는 무착륙(노랜딩) 기대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물가 상승세 둔화로 금리도 내려가면서 금융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국가 채무 폭탄은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연착륙과 무착륙의 기반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 국가 부채 폭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통화조절 마술이나 FOMC의 빅컷 금리인하로도 수습할 수 없다. 국가 부채 폭탄이 다가오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