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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TSMC에 AI칩 중국 수출 중단 명령…화웨이 견제 포석

첨단 반도체 기술 통제 강화…중국 AI 산업 압박

대만 신주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신주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첨단 기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로이터 통신은 9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TSMC에 서한을 보내 7나노미터 이상의 첨단 설계를 갖춘 특정 칩에 대한 중국 수출 제한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AI 가속기 및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필수적인 칩으로, 중국의 AI 산업 발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화웨이 AI 칩에서 TSMC 칩 발견…수출 통제 위반 드러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TSMC가 자사 칩 중 하나가 중국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의 AI 프로세서에서 발견됐다고 미국 상무부에 보고한 지 몇 주 만에 나왔다. 앞서 기술 연구 회사 테크인사이츠는 화웨이의 AI 칩셋 '어센드 910B'를 분해한 결과 TSMC 프로세서를 발견했고, 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한 것이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대상 기업으로,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제품이나 기술을 수출하려면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화웨이의 AI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TSMC, 중국 고객사에 칩 공급 중단 통보…미국 "법 준수해야"


TSMC는 지난달 자사 칩이 화웨이 AI 프로세서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한 후 중국 칩 설계업체 소프고(Sophgo)에 대한 칩 출하를 중단했다. 이번 미국의 명령으로 TSMC는 더 많은 중국 고객사에 칩 공급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TSMC는 영향을 받는 고객들에게 11일부터 칩 출하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지만, 대만 경제부는 "TSMC는 수출 통제 문제에 관해 정부와 정기적으로 논의해 왔으며 국내 및 국제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 측도 "법을 준수하는 회사이며 모든 관련 규칙과 규정을 준수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 지속…첨단 기술 분야 주도권 경쟁 치열


미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의 AI 산업 발전을 억제하고 첨단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중국은 '기술 굴기'를 내세우며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수출 통제, 투자 제한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번 TSMC에 대한 수출 중단 명령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앞서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반도체 기업에도 중국에 대한 첨단 AI 칩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또한 램 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KLA 등 칩 장비 제조업체에도 중국에 첨단 칩 제조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제한했다.

중국 반발 예상…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능성도


미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통제가 국제 무역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자체적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생산국들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