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HBM 생산능력의 빠른 확대를 위해 국내 설비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충청남도·천안시와 천안 제3일반산업단지 삼성디스플레이 28만㎡ 부지에 반도체 패키징 공정 설비를 설치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부터 2027년까지 반도체 패키징 공정 설비를 설치하고 이 시설에서 HBM 등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SK하이닉스는 기존 레거시(범용) 공정을 HBM 생산라인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가능한 한 빠르게 HBM3와 DDR4 등 레거시 테크를 선단 공정으로 전환해 HBM 생산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사가 HBM 생산량 확대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HBM 공급부족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까지 HBM 생산물량이 품절됐다고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3분기 전체 HBM의 매출이 전분기 대비 70%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D램 시장 공급물량을 늘리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들의 HBM 비중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시장은 중국 기업의 공급량 확대로 가격 하락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예상된 반면 HBM은 내년에도 공급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전체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HBM3E 매출 비중이 3분기 10% 초중반 수준까지 증가했고, 4분기 HBM3E 비중을 50%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HBM 매출 비중은 3분기 30%대”라면서 “4분기에는 40%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AI)칩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국내 제조사를 향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SK AI 서밋에서 “HBM4 공급 일정을 6개월 당겨 달라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요청에 앞당기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로 추정되는) 고객사 퀄테스트(품질검증)에서 최근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