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발표한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방침을 13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경영권 방어에 쓰인 공개 매수에 쓰인 차입금을 갚기 위해 '주주 돈을 사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며 우호적이지 않았던 시장 반응을 고려한 선택이다. 경영권을 두고 싸우고 있는 영풍·MBK가 장내 매수로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최 회장 측과 지분 격차를 더 벌린 가운데 향후 주주총회에서 더 많은 표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 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가올 임시주총 또는 정기주총에서 고려아연의 운명을 결정해 주실 분은 저도, 소위 말하는 회사의 우호 세력도 아니고 영풍, MBK는 더더구나 아니다. 고려아연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시는 캐스팅보트는 고려아연을 믿고 사랑하시는 주주"라며 "저와 고려아연은 다시 한번 이를 가슴에 새기고 앞으로 이를 절대로 잊지 않고 시장의 목소리에 더더욱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 회장은 이날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 것을 비롯해 주주 친화와 환원 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임시주총은 이르면 12월 말 또는 내년 1월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영풍 측은 지난 1일 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7일 영풍 측의 임시주총 허가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 정상화를 위해 사외이사 12명과 기타 비상무이사 2명을 새롭게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이 강행하고 있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최 회장은 "임시주총과 정기주총에서 최종적으로 고려아연의 운명을 결정해 주실 분은 다수의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님들"이라며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믿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 합리적 선택을 해오신 주주님들과 함께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회사를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