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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한민국 대전망(4)] 미·중, 강대강 '치킨게임'...글로벌 공급망 '국제공조'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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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한민국 대전망(4)] 미·중, 강대강 '치킨게임'...글로벌 공급망 '국제공조' 절실

트럼프 2기 미·중 통상 갈등의 전망과 대응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경제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경제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는 각계 대표 지식인 27명과 함께 1년 동안 관찰하고 분석해 집필한 '2025년 대한민국 대전망'(케이스북 출간)을 최근 펴냈다. 한국의 대표 지성인인 이들은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인 과학 혁신력, 경제 활력, 사회 균형력, 환경 회복력, 문화 포용력을 기본 틀로 2025년을 내다봤다. 그 주제는 ‘광복 80주년 NEXT STEPS, 대한민국호 새로운 시험대에 서다’이다. 이영한 교수 등은 이를 기반으로 세계와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경제신문 글로벌이코노믹에 '2025년 대한민국 대전망'을 10회 연재해 깊고 폭넓은 통찰력을 제시한다. ‘2025 대한민국 대전망’에는 이영한(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 한상진(서울대 명예교수), 남성욱(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윤순구(국립외교원 명예교수), 문형남(숙명여대 학장), 신희동(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강건욱(서울대 교수), 차학봉(땅집고 미디어본부장), 김소임(건국대 교수), 최윤정(세종연구소 부소장)이 필진으로 참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2025년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의 건전성

② 광복 80주년에 BTS를 다시 본다

③ 대한민국의 핵무장론

트럼프 2기 미·중 통상 갈등의 전망과 대응

⑤ AI 슈퍼사이클의 시작점과 AI CEO

⑥ 기술과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결정하게 될 반도체 산업

⑦ 정밀 의학시대와 AI 헬스케어

⑧ 금리인하와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향방

⑨ 1000만 관객 영화와 K-Movie

⑩ 세계 정치·경제 판을 뒤흔드는 글로벌 사우스

트럼프 2기의 시작


2024년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여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미국 공화당은 대통령 선거 뿐 아니라 상, 하원 선거에서도 승리해 행정부와 의회를 동시에 장악하게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중에서도 미·중 경제 통상 관계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공화당의 공약은 파격을 넘어 그 파급 효과의 방향성 예측 자체를 어렵게 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이나 미국이 그간 맺은 통상 협정의 틀에 구속되지 않을 기세다. 이러한 움직임이 현실화 될 경우 글로벌 통상 질서는 자유무역에서 공정 무역과 상호 호혜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재편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단의 경우를 상정해보면 정치 군사적 냉전을 경험한 세계는 다시 경제와 공급망의 분절과 대결의 시대로 회귀할 위험성이 커졌다. 냉정한 상황 평가와 정교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중국 때리기로 하나된 미국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주요 무역 흑자국에 대한 10% 이상의 기본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멕시코, 베트남 등 제 3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반입되는 중국 제품에도 보복관세 부과를 약속했다. 넘쳐 나는 값싼 중국 제품들이 미국 제조업을 황폐화시키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관세 정책 이외에도 공급망, 기술 통제 등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소구력이 있음이 증명됐다.

대선과는 무관하게 현재 중국에 대한 미국 조야의 경계심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소속된 당의 노선에 따라 분파적이고 대립적 경쟁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는 미국 의회 내에서도 중국에 대해서 만큼은 강경한 기조 일색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부과 공약은 감세나 부채한도 협상 등과 달리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의 직권 행정 명령으로 가능한 사항이기에 취임 초기 우선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관세 부과 정책 이면의 숨은 의도와 그림도 우리는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관세 부과는 궁극적으로 모두를 궁핍하게 만드는 것으로 물가 상승과 동시에 수요 감소에 따른 침체를 유발할 수도 있다. 미·중간 상호 보복관세 부과는 필연적으로 세계 경제와 공급망의 분절화(Decoupling)를 수반할 것이기에 한국과 같은 개방형 경제에는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다.

둘째, 트럼프 당선인의 무역 흑자국에 대한 보편관세와 중국에 대한 특별관세 부과 방침은 단순히 관세 정책으로 이해 되기 보다는 제조업의 미국회귀(reshoring)를 촉진시키기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이면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우리 기업 활동도 현지화 전략을 점검하고 수립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값싼 중국산 제품의 범람으로 이미 제조업 공동화를 경험한 미국은 첨단 기술 제품 뿐 아니라 친환경 산업(전기차, 베터리, 풍력, 태양광 등 에너지 산업)의 주도력을 미래 산업 패권 유지를 위한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의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는 별개로 미국이 친환경 산업의 패권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자국 기업이 중국에 뒤져있는 친환경 산업의 경쟁력을 보유할 때까지 관세 부과를 통해 국내 시장을 보호할 것이다.

넷째, 트럼프 리더십의 성격, 물가 상승 압박, 경쟁국의 반발 요인 등을 고려해 볼 때 트럼프의 대 중국 특별 관세 부과 정책은 모든 제품에 대해 무차별 영구 부과되기는 어렵다. 협상을 통해 중국이 미국산 제품의 구매를 확대하는 2차 무역 합의로 봉합될 여지가 있다.

다섯째, 미·중간 무역 분쟁이 심각해질 경우 한국 제품이 중국 제품을 대체하는 효과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우리의 대 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져 이익보다 손해가 심할 것이다. 또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도 문제 삼을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미·중 대립이 타협의 여지 없이 치킨 게임으로 진행될 경우 미국 의회는 입법으로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MFN) 폐지, 관세법 개정 조치를 취할 수도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WTO 체제는 형해화되고 세계 경제의 분절화와 각국은 각자 도생의 길로 내몰릴 것이다.

유소작위(有所作爲)의 시진핑 체제


2012년 집권 후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체제가 미국과의 경쟁에서 물러설 기미는 없다고 본다. 중국인들에게 미·중 전략 경쟁은 원래의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된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120개국 이상의 국가에게 제1위 교역 상대국이며 올해도 무역 흑자만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분야나 물품이든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면 세계를 석권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이 가진 규모의 경제 위세는 대단하다. 거기다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과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은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의 시장 접근 제한 조치에 물러서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특별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일단은 관세 전쟁을 하더라도 간보기를 하면서 수출 침체에 대비한 내수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트럼프 1기 미·중 관세 분쟁의 경험을 살려 물밑 대화를 하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하려 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관세에 맞추어 부분 위안화 평가 절하를 통해 충격을 흡수하면서 교역 다각화로 대응하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트럼프 1기 시절 미·중 무역 분쟁시 미국의 평균 18% 대 중국 관세 부과에 대응해 중국 위안화는 12% 평가 절하되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 대미 교역 비중 등의 거시 통계는 지속해서 미국의 비중이 줄고 있다.

둘째,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중국은 상대국의 관세에 대응해 상응한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올해 4월 관세법을 개정했으며 개정된 관세법의 시행 시기를 올해 12월로 조정했다.

셋째, 무역 마찰에 대응해 해외 현지 생산 확대, 국내 경제 부양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대응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대규모의 경제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경제 체력을 회복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의 대응과 선택


트럼프 당선자가 강조해온 정책 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관세 장벽의 현실화 가능성과 함께 반도체 지원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후퇴 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 경제에서 한국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양국 산업 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발굴 해야 할 것이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하였다는 조선 산업을 매개로 한 산업 협력 가능성이 예가 될 수 있겠다. 과도한 보호주의적 요구에 대해서는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한 미국 동맹국들 간 협력을 통해 물 밑에서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적어도 첨단 기술 분야와 일부 친환경 산업 분야의 무역과 투자에서 국제체제가 분절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산업별 대응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교역에 통제와 제약이 가해지는 분야일수록 현지화와 공급망 다변화가 긴요해진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은 없다는 것 또한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위험도를 완화하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나 분절화를 선도할 필요는 없다. 최근 중국이 한국인에 대한 중국 비자 면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한다거나 APEC 계기에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을 보면 중국도 한국을 견인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세 인상은 궁극으로 모두를 궁핍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역 규범이 존중되고, 무역 구제 조치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블록 간의 경쟁과 양자택일이 강요되는 세계에서 우리는 힘에 부친다. 자유 무역을 주창하는 유사 입장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방편일 수 있겠다.

<※이 글은 이영한 등 27인(2024.10.), ‘2025 대한민국 대전망’, 케이북스의 내용을 근거로 작성됨>

윤순구 국립외교원 명예교수(전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이미지 확대보기
윤순구 국립외교원 명예교수(전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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