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ASML은 올해 안에 하이(High) NA 극자외선(EUV) 장비 5대를 인텔에 공급한다. 이 장비는 ASML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제품으로 2나노 이하 초미세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장비다.
반면 삼성전자는 전날 기흥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장비 반입식을 개최하고 High NA EUV 장비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텔이 4월 High NA EUV 장비를 도입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내년에 장비를 도입한다 해도 선단 공정에서 인텔보다 6개월 이상 늦어지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노골적인 미국 반도체 기업 밀어주기 정책도 불안 요소다. 인텔이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금 축소·폐지 또는 미국 외 제품에 대해 관세를 강화할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하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보다 메모리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분야는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파운드리 투자 규모는 축소할 것”이라면서 “수익성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3분기 1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파운드리 부문보다 수요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HBM 분야에 집중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2.3%로 1위, 삼성전자가 11.5%로 2위다. 인텔은 1% 미만이지만 미국 기업들이 몰아주기에 나설 경우 빠른 점유율 확대가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기업 몰아주기가 본격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인텔의 상황이 빠르게 나아질 수 있다”며 “경쟁력 저하로 인원을 감축하고 파운드리 부문의 분사 결정으로 인텔의 상황이 일단락된 만큼 좋은 방향으로 급변할 수 있는 여건도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