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 철강사들이 최근 자신들만의 철강제품을 선보이는 노력이 소홀했던 틈을 타 중국이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한국을 바짝 추격한 것이 철강업계 부진의 이유라고 분석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한국 철강사들의 기술력이 우수하지만 범용 철강제품의 경우 중국 철강사들이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라며 “철강 수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이 내년에는 올해만큼 부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어 철강 수요가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민 교수는 “중국 철강사가 저렴한 가격과 적극적인 고객 대응으로 강관사나 냉연기업 등 한국의 철강 연관 기업들이 중국 제품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망간과 니켈, 실리콘 등을 다루는 합금 공장들은 고급 강재를 만드는 국내 철강산업의 생태계에서 필수”라며 “전기료 등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이 공장들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합금철을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는 처지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국이 철강산업 경쟁력의 ‘초격차’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현실적 조언이 나온다.
민 교수는 “단기적인 통상 문제를 넘어 기술 개발과 시장 전략, 산업 생태계 구축 면에서 쌓인 문제와 향후 탄소중립 대응까지 포괄해 하나의 일목요연한 정부 로드맵이 진작 나왔어야 했다”며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먼저 반덤핑과 지식재산권(IP) 같은 부분에서 무역 장벽과 기술 장벽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이 실장은 “주요 산업국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조강정보 등 철강제품에 대해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비관세 장벽’처럼 활용한다”며 “한국도 미국과 유럽 등을 상대로 이러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