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자들이 체포를 우려해 출근하지 않거나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일부 음식점은 이들이 출근하지 않아 일손 부족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어렵게 됐다.
농업을 비롯해 불법 체류 외국인의 노동력에 의지해온 분야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이들 분야의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일부 기업들은 비즈니스를 축소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 최대 농장협동조합 회장인 매트 카스텐스는 최근 블룸버그에 “차기 정부가 서류가 미비된 수백만 명의 이민자들을 미국 밖으로 쫓아낸다면 농업은 미국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분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스텐스 회장은 과일과 견과류, 채소 등 특수작물이 재배되는 캘리포니아 지역이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곡물과 대두 등의 주요 산지인 중서부 지역이 집중적인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농장에 고용된 근로자의 거의 절반이 불법 이민자에 해당한다. 미국 농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가운데 불법 이민자의 비중은 1989~1991년 14% 수준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해 지난해 40%를 기록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농촌에서 일하는 불법 이민자의 약 85% 이상이 농촌 근로 경력이 10년이 넘는다. 그렇지만 미국 정부는 농촌 노동자에게는 영주권을 주지 않아 이들이 불법 체류 신분이 됐다. 이들은 계절노동자 비자(H-2A)로 미국으로 들어왔다가 비자 기간 만료 이후에도 출국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들을 추방하면 식품과 농업 분야 인력 부족 사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이 방송이 짚었다. 그렇지만 미국 시민권자들은 농촌 등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초당적으로 운영되는 미 의회예산국(CBO)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현재의 이민정책을 유지하면 이들 외국인 노동자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0.2%씩 향후 10년간 늘어난다. 오는 2034년까지 이들의 기여로 GDP가 2%포인트 올라가게 된다. 이는 곧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체류 외국인을 추방하면 미국 경제는 그만큼 성장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불법 체류자 대규모 추방에 나서고 이때 군을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에서 백악관 복귀 첫날부터 대규모 불법 체류자 추방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는 또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톰 호먼을 최근 '국경 차르(border czar·불법 이민 문제 총책임자)'로 내정해 불법 체류자 대규모 추방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불법 이민자 추방에 맞서 '피난처'를 제공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LA 시의회는 연방정부가 지역의 자원을 불법 이민 단속에 사용하는 것을 막고, 시 당국이 불법 체류자들의 정보를 연방정부나 당국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 조례를 통과시켰다. 거부권이 있는 캐런 배스 LA 시장은 이 조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AP에 따르면 LA를 포함해 미 전역의 최소 12개 도시가 유사한 조례를 도입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