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물가가 그동안의 하향 안정세에서 벗어나 다시 오름세로 반전할 기미를 보이면서 뉴욕증시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연준 FOMC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물가가 예압보다 더 오르고 있는 만큰 1월 금리인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증시 주요 일정 및 연설
-11월 27일= 주간 신규실업보험 청구자 수 , 3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개인소비지출(PCE) 및 가격지수, 내구재수주 도매재고 기업이익 잠정주택판매 시카고 연은 구매관리자지수(PMI)
-11월 29일 =추수감사절 미국 주식 시장 조기 폐장
한국시간 27일 아침에 마감한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모두 강세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취임 첫날 주요 교역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엄포 성격으로 해석하면서 매수세가 유입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3.74포인트(0.28%) 오른 44,860.31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4.26포인트(0.57%) 상승한 6,021.63, 나스닥종합지수는 119.46포인트(0.63%) 뛴 19,174.30에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이날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트럼프는 내년 1월 취임하면 첫날 모든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상품에는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가 고율 관세를 수입품에 부과하면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도 커지지만, 시장은 일단 매수세로 대응했다. 당장은 전통 산업군 중심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분석에 더해 트럼프가 협상용 엄포를 놓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위원들이 '점진적 금리인하'를 광범위하게 지지했다는 점도 매수 심리를 뒷받침했다.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많은 위원이 중립금리 수준을 명확히 정하기 어렵다며 "통화정책의 제약 수준을 점진적으로 낮춰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달 FOMC 회의는 미국 대선 이후에 치러졌다. 그럼에도 위원들이 이같은 입장에 섰다는 것은 대선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기존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이는 금리인하 기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여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 25bp 인하 확률을 63%로 반영했다. 전날 마감 무렵엔 52% 수준이었다.
10만 달러선 진입을 눈앞에 뒀던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하락세를 지속하며 역주행하더니 이젠 9만 달러선도 무너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날 한때 9만60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9만 달러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미국 대선 이후 치솟았던 가격이 주춤하면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 압력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매수세를 압도하고 있다. 미국 추수감사절(11월28일)을 앞두고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낙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문앞에서 주춤하고 있는 것은 최근 급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이익 실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상장지수 펀드(ETF)에서 지난 25일에 4억 3,800만 달러가 유출되면서 5일에 걸친 자금 유입 행진이 끝났다.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 즉 155일 이상 보유한 투자자들의 월간 순 포지션이 366,000개 이상 감소했다. 이는 4월 이후 매도 압박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는 미국 반도체법을 다시 한번 강하게 비판하자 27일 반도체 관련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005930]는 전날보다 3.43% 내린 5만6천30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2천809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며 주가를 끌어내렸고, 기관도 229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2천315억원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4.97% 내린 16만8천300원을 기록하며 16만원대로 내려왔다.장중 낙폭이 확대되며 결국 지난 9월 25일(16만5천300원) 이후 두 달 만에 최저가로 떨어졌다. 한미반도체[042700](-5.08%), 테크윙[089030](-6.85%), 제우스[079370](-4.18%), 에스티아이[039440](-5.81%), 리노공업[058470](-2.42%) 등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동반 하락했다.
이 같은 약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반도체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비벡 랄마스와미는 2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라며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정권 인수 전에 지출(반도체 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마스와미는 전날에도 "DOGE는 이런 막바지 수법을 모두 재검토하고 감사관이 이런 막판 계약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포비아에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자 다수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고 있다. 미국 반도체법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도 높은 비판에 따른 불안감은 간밤 뉴욕증시에도 반영됐다. 뉴욕증시에서 AMD(-2.42%), 마이크론(-2.57%), 퀄컴(-1.19%) 등 주요 반도체 종목 주가가 내렸고,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데피아반도체지수는 60.36포인트(1.21%) 하락했다.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전날 하락에 따른 되돌림 매수세가 유입되며 0.66% 오른 136.92에 장을 마감했지만 140달러선은 회복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를 주도할 기관으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폭스비즈니스가 26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3조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시장의 상당 부분을 감독할 권한을 CFTC에 부여하려고 있다는 것이다.
CFTC는 선물과 옵션, 금과 석유 등 실물 상품 거래를 포함하는 20조 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시장을 감독한다. 파생상품 시장은 소액 투자자가 아니라 위험 관리에 더 적합한 기관투자자들이 지배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SEC보다 더 가벼운 규제로 접근한다고 여겨진다. CFTC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다른 토큰들의 현물 시장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지면 해당 거래소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겐슬러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물러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CFTC 위원장을 지낸 크리스 지안카를로는 "적절한 자금과 올바른 리더십이 있다면 CFTC는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 첫날부터 디지털 상품 규제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립토 대디'로도 알려진 지안카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될 '가상화폐 차르' 역할로 고려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발언에도 중국과 홍콩 증시는 오른 반면 일본과 대만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50.02포인트(1.53%) 오른 3,309.78에, 선전종합지수는 40.57포인트(2.07%) 상승한 1,996.71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 중국 증시는 트럼프가 대중 관세를 강화하겠다는 발언에 하락했으나 이내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위협이 새롭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지수는 장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폭이 커졌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뉴욕시장 마감 무렵과 같은 7.2587위안을 기록했다.
닛케이225 지수는 전일 대비 307.03포인트(0.80%) 하락한 38,134.97에, 토픽스 지수는 24.21포인트(0.90%) 내린 2,665.34에 장을 마감했다. 두 지수는 2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의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집권 1기 때 대중국 고율관세 부과에 관여했던 제이미슨 그리어를 지명했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리어가 자신의 첫 대통령 임기 때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맞서 싸우기 위해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관세를 부과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인선으로 보호주의적인 정책이 강해질 것이라는 경계심이 높아졌고, 시장에서는 위험회피 분위기가 일었다. 달러-엔 환율도 낙폭을 확대(엔화 강세)해 152엔대로 떨어졌다.
반도체 보조금 대상이지만 바이든 행정부와 아직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한 삼성전자[005930](-3.43%)와 SK하이닉스[000660](-4.97%)에 경계감이 짙어졌다. 한미반도체[042700](-5.08%), 디아이[003160](-5.04%) 등 반도체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LG에너지솔루션[373220](-1.35%), POSCO홀딩스[005490](-1.65%), LG화학[051910](-1.95%), 삼성SDI[006400](-3.77%) 등 이차전지주와 현대차[005380](-1.12%), 기아[000270](-3.08%), 현대모비스[012330](-1.20%) 등 자동차주도 일제히 내렸다.KB금융[105560](2.81%), 신한지주[055550](1.47%), 삼성생명[032830](4.21%), 메리츠금융지주(3.65%), 삼성화재[000810](4.73%), 하나금융지주[086790](2.90%) 등 금융주는 12월 밸류업지수 리밸런싱과 연말 배당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가 올랐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5포인트(0.17%) 내린 692.00로 장을 마쳤다.에코프로베임(-3.57%), 에코프로[086520](-1.26%), 엔켐[348370](-1.83%), 리노공업[058470](-2.42%), HPSP[403870](-8.17%), 이오테크닉스[039030](-5.18%) 등 이차전지 및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알테오젠[196170](2.86%), 리가켐바이오[141080](1.91%), 휴젤[145020](5.02%), 클래시스[214150](3.53%), 파마리서치[214450](5.50%) 등 제약바이오주는 반등하는 모습이었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증시 초대 재료는 미국의 물가 지표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다. 연준이 중요시하는 물가 지표인 PCE 가격지수가 발표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달성하는 마지막 관문 앞에서 고전하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은 10월 PCE 가격지수가 약간 튀어 올랐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의 10월 PCE 가격지수 전망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이다.
이번 PCE물가가 끈질기게 높으면 연준은 올해 한 차례 남은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 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하에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 만큼,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이번 주에는 연준의 11월 FOMC 의사록도 공개된다. 투자자들은 연준 위원들이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GDP) 잠정치도 발표된다. 최근 미국 경제는 유럽과도 차별화하며 독보적으로 강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뉴욕증시는 본격 연말 장세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기 행정부의 경제 사령탑인 재무장관으로 억만장자 펀드매니저인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를 지명했다. 베센트 지명자는 오랫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해 온 인물이다. 지난주 금융시장이 마감한 이후 지명 소식이 나온 만큼, 주초에는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재무장관 지명에 따른 시장의 움직임이 펼쳐질 수 있다.
비트코인 최다 보유 기업'으로 알려진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전날 헤지펀드 시트론의 공매도 포지션 공개 후 주가가 급락했으나 이날 반등했다.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 의류 전문 기업 갭은 매출·순이익 모두 시장예상치를 거뜬히 넘어선 3분기 호실적과 밝은 실적 전망에 힘입어 주가가 12.84% 뛰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