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 암호화폐 성향을 반영해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로 주목받았던 비트코인은 트럼프 승리 이후의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이날 9만4000달러대로 몸을 낮췄다.
자산운용사 밀러타박앤코의 매트 말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비트코인이 기본적으로 10만 달러 수준을 테스트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제 숨을 골라야 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을 둘러싼 낙관론이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의 마리온 라부레 전략가는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과 광범위한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지속적인 지지를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연방 암호화폐 법안이 제정될 가능성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프라임 브로커인 팔콘X의 데이비드 로란트 리서치 책임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에 가까워질수록 시장 심리가 매도 쪽으로 치우치는 경항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단기적으로 이 수준에서 가격이 횡보한 뒤 10만 달러 이상으로의 지속적인 돌파를 시도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5일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40% 넘게 상승하며 지난주 거래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10만 달러 턱밑인 9만9600달러대로 치솟은 바 있다.
암호화폐 중심의 자산관리회사 비트와이즈의 안드레 드라고쉬 유럽 리서치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미국 대선 이후 상당한 규모의 랠리에서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비트코인이 심리적 저항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리서치 노트에서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돌파하지 못한 것은 장기 보유자들이 최근 랠리로 상당한 양의 비트코인을 처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기적인 추세 상승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여전한 모습이다.
드라고쉬는 비트코인의 랠리가 잠시 쉬어가더라도 “이는 추세의 변화라기 보다는 강세장의 조정일 수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비트코인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해지려면 아직 멀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든 지난 4월의 ‘반감기’ 이후 신규 발행이 절반으로 줄면서 내년에도 가격이 계속 지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