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항소심 최후 변론에서 이같이 밝히며 위기 극복 의지를 표명했다. 올해 정기 인사를 앞둔 상황에서 이 회장은 위기 탈출을 위한 대대적인 인사혁신과 조직개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위기론의 핵심에는 반도체 부문의 갈수록 저하되는 경쟁력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지면서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비메모리 분야인 파운드리에선 2분기 삼성전자가 11.5%의 점유율을 확보한 반면 TSMC는 62.3%를 기록해 차이가 더 벌어지는 모습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3분기 1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파운드리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HBM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인사의 포커스는 일부 사업부장의 교체 등 근본적인 HBM 경쟁력 강화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인사 후보는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 △남석우 제조&기술 담당 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등이다.
조직개편 가능성도 높다. 앞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반도체 부문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부서 간 소통의 벽,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만 반영된 비현실적인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 확산' 등을 꼽은 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부회장이 "소통하는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문화를 재건할 것"이라고 표명한 만큼 조직 개혁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사업을 좌우하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전 부회장의 '투톱' 체제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에 정현호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의 역할 변화 여부와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도 관심사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중 총수가 미등기이사인 곳은 이 회장 뿐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선고를 남겨두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의 외부 준법감시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최근 발간한 ‘2023 연간보고서’를 통해 삼성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