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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에버그란데 피해 투자자들 침묵속 절규...'조용한 시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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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에버그란데 피해 투자자들 침묵속 절규...'조용한 시위' 나섰다

500명 넘는 투자자, 선전시 정부기관 찾아 조사 상황 공개 촉구
눈에 띄지 않게 1대1 면담…당국 반발 우려, 신중한 행보 이어가
중국 경제 불안 속 사회적 긴장 고조…'집단행동' 움직임에 촉각



중국 심천에 있는 에버그란데 본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심천에 있는 에버그란데 본사. 사진=로이터

중국 부동산 업체 에버그란데(헝다그룹)의 붕괴로 투자금을 잃은 투자자들이 '조용한 시위'에 나섰다. 사회 불안을 경계하는 중국 당국의 눈을 피해 신중하면서도 조직적인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27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수백 명의 에버그란데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선전시 정부 사무실을 찾아 에버그란데 사태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조사에 대한 진행 상황을 요구하며 선전시 수사국, 경제범죄수사국, 시 법원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하지만 당국의 단속을 우려해 대규모 시위나 집단행동은 자제하고, 개별적으로 정부 사무실 접수 창구를 찾아 담당 공무원과 면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경기 침체로 인한 사회적 불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투자자는 로이터에 "지금 말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눈에 띄지 않게 1대1로 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국에 의해) 입막음을 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1년 촉발된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는 에버그란데를 비롯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연쇄 부도 사태로 이어졌다. 에버그란데는 3000억 달러(약 400조 원)가 넘는 부채를 떠안고 파산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특히 에버그란데가 발행한 고수익 자산관리 상품에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

이들은 2021년 말부터 에버그란데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지만, 당국의 엄격한 통제 속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조용한 시위'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이 선택한 또 다른 자구책인 셈이다.

중국 당국은 에버그란데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 속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중국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발생한 대량 살상 사건 중 두 건은 가해자의 경제적 불만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버그란데 투자자들의 '조용한 시위'는 중국 사회에 잠재된 불안 요소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다. 중국 당국은 사회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될 경우 사회적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과거에도 대규모 시위나 사회적 불안이 발생했을 때 정책을 수정하거나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등 유연한 대응을 보여왔다.

에버그란데 투자자들의 '조용한 시위'가 중국 당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중국 경제의 불안정성과 사회적 긴장감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임에는 틀림없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