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발표가 고도의 협상 전략인지, 아니면 진짜 ‘관세맨’으로서 의지를 드러낸 것인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분명한 것은 그가 마음만 먹으면 자기 구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2020년 중국 기술기업들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 가능성을 이유로 틱톡·위챗 사용과 중국 앱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잇달아 내렸다. 트럼프가 당시 내린 행정명령은 IEEPA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캐나다·중국을 겨냥해 관세 카드를 동원하면 피해를 본 측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기업이나 소비자, 외국 정부와 기업이 이긴 사례가 드물다.
현재로서 해결책은 막후 협상이나 로비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는 무역 전쟁에 참전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에 기업이 관세 부과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당시인 2018~2019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 신청 건수가 약 5만 건 접수됐고, 상무부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이 관련된 관세 면제 신청 건수가 거의 50만 건에 달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도 그런 로비를 받아 관세 부과의 예외를 인정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가 집권 2기에는 더 선명한 족적을 남기려고 예외 불허 원칙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떻게 해서든 트럼프의 환심을 사서 관세 폭탄의 예봉을 피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다른 나라와 연대해 미국과 일전을 불사하는 것이다.
이때 한국은 한미동맹 체제로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을 억제하고 있다는 약점이 있다. 더욱이 한국은 대표적인 대미 무역 흑자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한국은 중국·멕시코·베트남·독일·아일랜드·대만에 이어 미국의 무역적자 순위 7위를 기록했다.
이는 곧 한·미 통상 분쟁에서 한국이 잃을 게 더 많다는 뜻이다.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한국 정부의 외교력, 기업의 로비력에 한국의 명운이 달렸다. 정부와 기업의 정교한 팀플레이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