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바레스의 퇴진은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스텔란티스 이사회가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장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후임자 인선 작업에 즉각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타바레스의 후임이 언제 결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 경영전략 놓고 스텔란티스 대주주들과 큰 이견
유로뉴스에 따르면 타바레스의 전격 사임은 겉으로는 타바레스가 사의를 먼저 표시하는 형식이었으나 실제로는 스텔란티스 대주주들이 주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들의 뜻이 확고함을 확인한 스텔란티스 이사회가 압도적인 찬성 의견으로 타바레스를 경질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텔란티스 이사회의 앙리 카스트리 수석 독립이사도 타바레스의 사임 배경과 관련해 “몇 주 전부터 대주주들과 타바레스 사이에서 이견이 있었고 그 결과 이사회와 타바레스가 CEO를 바꾸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는 새 CEO가 정해질 때까지 존 엘칸 회장이 임시 CEO로 역할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가능하면 내년 상반기 안에 신임 CEO를 임명하겠다는 계획도 밝혀 당장은 마땅한 후보가 없음을 시사했다.
마켓워치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의 갑작스런 사임에는 몇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첫째는 경영 전략을 둘러싼 타바레스와 이사회 간 이견이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타바레스가 추진한 단기 경영 전략이 이사회가 중시하는 장기 경영 전략과 상충하면서 타바레스가 물러나는 것으로 귀결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타임스는 “특히 스텔란티스의 향후 전략을 놓고 타바레스 CEO가 엘칸 회장과 큰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마켓워치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의 올 상반기 순이익이 무려 48%가 급감하고 주가 역시 올 들어 43%나 빠진 것에 대한 책임을 스텔란티스 대주주들이 물은 성격도 타바레스의 사임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로 미국 시장에서 스텔란티스의 점유율이 8% 선으로 급락하면서 현대자동차에 밀릴 정도로 위상이 추락한 것과 치고 올라오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에 타바레스 CEO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스텔란티스 대주주들을 매우 실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네 번째로 유로뉴스에 따르면 타바레스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전기차 사업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낸 것도 전격 사임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타바레스는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에서 팔리는 스텔란티스 전기차를 현재보다 100%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지금까지 500억 유로(약 7조3600억 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을 쏟아부었으나 지난해 상반기 17만여대였던 전기차 판매실적이 올 상반기에는 오히려 9%나 감소해 15만여대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타바레스가 챙긴 연봉은 동종업계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3649만 유로(약 537억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관련 업계 반응
타바레스의 전격 사임에 대한 바깥의 반응은 엇갈렸다.
닛산자동차와 애스턴마틴에서 CEO를 지낸 자동차 전문 경영인 앤디 팔머는 타바레스의 사임 소식이 알려진 직후 X에 올린 글에서 “내가 지금껏 함께 일한 자동차 업체 기업인 가운데 타바레스처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은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타바레스가 지난 2021년 이탈리아와 미국 합작법인인 PSA(피아트-크라이슬러 오토모빌)와 프랑스 자동차 업체인 FCA(푸조-시트로엥)의 대규모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스텔란티스를 탄생시킨 주역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전문기자인 마이클 웨이랜드 CNBC 기자는 “타바레스가 미국 시장에서 실패한 것은 미국 자동차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라면서 “특히 규모의 경제학과 투자의 관점보다 가격과 순익을 중심으로 접근한 것이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문회사 겸 시장조사업체 스탠스베리 리서치에서 일하는 자동차 전문가 브라이언 타이캥코는 “타바레스는 중국 경쟁업체들의 맹추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타바레스의 사퇴는 기존 완성체 업체들 입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