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의 여파로 관련 일부 일정이 취소됐다. 계엄 선포 약 1시간 반 뒤인 4일 오전 1시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 이후 오전 4시 30분경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해제했다.
상법 개정 토론회는 이 대표를 비롯 민주당 측이 재계의 우려를 일부 수용할지 여부를 가늠하는 변수로 간주됐다. 최근 정부·여당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공식화하면서 정부여당과 야당 간 접점을 모색할 단초이기도 했다.
고려아연 분쟁과 관련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도 이날 아침 잠정 연기됐다. MBK는 고려아연의 내년 1월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비해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임시주총 참여 계획과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려 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최윤범 회장의 이사회 의장 사임에 따라 임시 주총을 소집하고 이사회 선임안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비상계엄 선포 뒤인 4일 0시 안덕근 장관 주재로 실장급 이상 간부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열고 실물 경제 상황을 점검했다. 환율 변화에 따른 국내 기업 생산과 수출, 해외 투자 유치 등에 미칠 영향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이날 예정된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재계도 긴급회의 소집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주재해 향후 SK그룹이 받을 영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LG도 계열사별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해외 고객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들도 긴급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 중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기업들이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계엄령이 6시간만에 해제돼 당장 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안보 상황 등에서 비롯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대외 신인도에 변수가 나타날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수의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한 만큼 국내 반응보다는 장기적으로 해외 국가와 기업들이 한국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알파벳 ’K’자를 붙여 마케팅을 하는 산업군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상대적으로 ‘한국’을 내세우지 않는 기술 중심 제조업은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