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 자산에 돈이 몰리는 현상)와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이 달러 강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연말연시 위험 대신 안정성을 택하려는 투자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 관련 은행상품도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원화는 정치 리스크가 부각되기 전부터 ‘트럼프 트레이드’로 투자 심리가 줄어들었는데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가 기름을 붓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으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BoA 아다르쉬 신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는 9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가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정책을 들고 오면서 이미 심상치 않았다. 원·달러 환율은 미 대선 직전인 10월 중순 장중 1380원대를 돌파했으며 대선 후에 종가 1400원대를 뚫었다.
이후 미 경제 호조에 강달러가 힘을 받으면서 더욱 평가 절하된 모습이다. 미국은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인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에 앞서 “성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고, 인플레는 조금 더 높아지고 있다. 노동시장 하방 위험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들려줬다.
이 때문에 달러 매수심리에 불이 붙었다는 평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달러 자산은 국내외 경제 불안정 시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줄여 위험을 헷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605억7307만 달러(5일 기준)였다. 지난달 말 589억6855만 달러에서 이달 16억452만 달러 가량 늘었다.
안정성을 위해 달러로 눈을 돌린 투자자는 금고, 예금상품 등을 선택하고 있다. 통상 달러 투자 시 환전 수수료 지불 때문에 현찰로 구매해 보관하진 않는다.
대신 모바일 금고에 넣어두는 방법이 있다. 일례로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실시간으로 환율 변화를 가격에 반영해 100% 우대율로 외화를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는 계엄령이 떨어진 직후 해외 환율이 급등할 때 이 통장으로 환테크를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 미 달러 실시간 환전 서비스 등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24시간 환전으로 환차익을 보는 방법도 있다.
은행별 외화정기예금 상품 역시 고려 대상 중 하나다. 달러 상승 시 이익이 커지는 구조인 이상품은 예금 이자에 대해선 15.4% 이자소득세를 내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기간은 월 단위로 설정, 금리는 만기까지 유지된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