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자연적인 감원을 유도할 의도로 출퇴근제 의무화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뜻밖으로 일 잘하는 인력이 빠져나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1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미국 피츠버그대 카츠 경영대학원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출퇴근제 의무화와 인재 유출’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에서 출퇴근제로 복귀한 IT 및 금융 업종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업무실적이 상위에 속하고 직위가 높은 사원들의 유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는 S&P 500 지수를 구성하는 54개 대기업에서 일한 적이 있는 약 300만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세계적인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드인에 올라온 채용 공고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논문은 전 세계 학자들이 제출한 논문과 초록을 검토하고 배포하는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SSRN에 게재됐다.
이 연구진의 조사 기간은 대상이 300만명 수준인데다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시점부터 사태가 진정된 이후 재택근무제를 없애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난 시점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마크 마 카츠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출퇴근제를 부활시키기 전과 부활시킨 후의 인재 유출 실태를 비교한 결과다.
마 교수는 “ 출퇴근제를 다시 도입한 뒤 인재 유출이 도입 이전과 비교해 14%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회사가 출퇴근제로 복귀한 뒤 퇴사를 선택한 이른바 ‘일 잘하는 직원’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고 중간 이상급 간부 사원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 점도 이목을 끈다고 마 교수는 지적했다.
결국 재택근무제를 없애고 출퇴근제로 돌아선 기업들에서 경력도 길고 업무 능력도 검증된 직원들의 유출 문제가 생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