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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英, 브렉시트 협정 '자유 이동권' 위반”…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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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英, 브렉시트 협정 '자유 이동권' 위반”…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 본부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 본부 청사.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브렉시트 협정에 규정된 이른바 ‘자유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영국을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영국의 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가 지난 2020년 발효된 이후 4년 만에 이 문제가 EU와 영국 사이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다.

◇ EU 집행위 “영국, 브렉시트 협정에 규정된 ‘자유 이동권’ 보장 안 해 제소”


17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영국이 브렉시트 협정 발효 이후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국민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영국을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브렉시트 협정에서 적시한 시민권 관련 조항을 영국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EU 집행위의 제소 이유다.

영국이 위반했다고 EU 집행위가 주장하는 조항은 브렉시트 협정의 자유 이동권에 관한 규정으로 EU가 영국을 제소하며 근거로 제시한 규정은 이 중에서도 EU 시민과 영국 시민의 체류 권리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은 브렉시트 이전에 영국에 거주하던 EU 시민들은 영구 체류 권리를 신청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EU 회원국에 거주하던 영국 시민들도 유사한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내용이다.

이 규정은 브렉시트가 발효된 이후에도 양측의 시민들이 기존 권리를 잃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EU와 영국 사이에 진행된 브렉시트 협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던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 브렉시트 협정에 규정된 ‘자유 이동권’ 문제


더 구체적으로 EU 집행위가 영국을 제소한 이유는 브렉시트의 이 규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EU 시민들이 영국 정부로부터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거부당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

EU 집행위는 심지어 브렉시트 이전부터 영국에 살던 EU 시민 중 일부가 비합법적 체류자로 간주돼 추방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EU 시민권자는 유효한 신분증이나 여권만 지닌다면 다른 아무 조건이 없이 3개월까지 다른 회원국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 데다 이 브렉시트 협정의 규정에 따라 영국도 예외가 아닌데 영국이 이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EU 측의 주장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내에는 브렉시트 발효 이전에 300만 명에 육박하는 EU 시민권자가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EU 집행위는 특히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거주하는 EU 시민들이 체류 자격을 신청하도록 요구하는 제도인 영국의 ‘EU 정착 계획’이 복잡하고 불공정한 절차로 인해 영국 내 EU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EU 정착 계획에 따라 복잡한 서류 작업, 긴 처리 시간, 불명확한 기준 등으로 인해 많은 EU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협정은 지난 2020년 1월 영국과 EU 사이에 체결된 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그 다음 달부터 발효됐다. 다만 같은 해 12월까지 과도 기간이 적용돼 기존 EU 규정이 적용됐고 그 이후부터 협정의 세부 내용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EU는 영국이 이 규정에 적힌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양측 간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협정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EU 집행위가 자유 이동권 문제를 유럽사법재판소로 끌고 간 배경에는 브렉시트 협정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법적으로도 구속력이 있는 국제 조약임을 확인하려는 EU의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브렉시트를 단행한 영국 보수당으로부터 정권을 이어받은 노동당 정부는 EU의 법적 제소로 복잡한 정치 및 외교적 과제를 안게 됐다는 관측이다.

당초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지난 2016년 국민투표 이후 브렉시트를 수용하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