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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일하는 방식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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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일하는 방식의 재발견

김신혜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이미지 확대보기
김신혜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리 회사의 미션이나 비전, 핵심 가치(Core Value), 행동 규범(Code of Conduct)에 대해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것이다. 독자 중에는 이러한 메시지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구성원들이 현업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내재화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담당자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찌 보면 조직의 근간이자 함께하는 원칙이기도 한 중요한 부분이지만, 매번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실제로 일하면서 얼마나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문해 보면, 많은 구성원들이 “좋은 말이긴 하지만, 현업과는 거리감이 있다”고 피드백을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담당자들은 매년 ‘표현을 바꿔볼까?’ ‘전달 방식을 바꿔볼까?’ ‘내재화 교육이나 활동을 어떻게 달리해야 효과적일까?’ 하는 고민을 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지만, 정말이지 쉽지 않다고들 얘기한다. 우리 회사만의 ‘일하는 방식’에 많은 구성원들이 깊게 공감하고, 그에 맞게 일하는 것,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할까?

회사에서 강조하는 메시지 중에는 미션(Mission)이라는, 우리 회사의 정체성,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문장이 있다. 비전(Vision)이라는, 우리가 세상에 내놓고자 하는 가치,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 특정 시점까지 함께 해내고 싶은 목표 등을 서술한 문장도 있다. 핵심 가치라는, 일하는 과정에서 선택이 필요할 때 공통의 기준이 되는 그런 키워드들도 있다. 행동 규범이라는 우리답게 소통하고, 협력하고, 관계 맺는 방법, 우리다운 행동들로 구성된 목록도 있다. 이런 것들을 담아 인재상의 측면에서 새로운 표현으로 제안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이 칼럼을 읽으면서 우리 회사의, 또 우리 그룹의 미션, 비전, 핵심 가치, 행동 규범, 인재상은 어떤 내용이었지? 하고 한 번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많은 경우 ‘태도’를 강조하는 표현들로 구성돼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방식을 내재화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태도’에 관한 표현들이 추상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말인즉슨, 자의적으로 수많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책임’이라는 핵심 가치를 쓰고 있다고 하자. 사실 책임과 책임감에서부터 그 의미가 조금 달라지기도 하는데,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고 하면 얼추 그 뉘앙스는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가 나의 책임인가에 대해선 개인마다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난받기 싫어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하려는 것은 사람의 본능적인 반응이다. ‘시도했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했을 때의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라는 질문에도 대답하기가 어렵다. 또 이러한 ‘태도’를 강조하는 단어들은 시대상에 따라서 그 의미가 바뀌기도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책임이라는 것은, 내가 선택한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피드백 외에 부정적인 피드백까지 충분히 수용할 때 성장하게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책임은 성장의 또 다른 말이 아닌가’라고 자의적으로 해석을 해보는 요즘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 ‘태도’를 다르게 바라보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첫째는 ‘태도’를 조금 세분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태도를 나타내는 표현들을 일을 시작할 때 필요한 마음가짐, 일을 진행할 때의 관점, 일을 마무리할 때의 기준, 이렇게 일의 전-중-후에 맞게 분류해보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일을 시작할 때 필요한 마음가짐, 즉 ‘의도’를 더 많이 함의하고 있는 단어들이 있다. 이 단어들은 많은 경우, 회사의 미션문에 포함돼 있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미션'이라는 단어 대신 'Purpose'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Purpose는 목적으로도 많이 해석되지만, 의도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이 미션문을 일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바라본다면, 당장의 하루를, 내가 맡은 일에 대해 조금 환기하고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른 에너지를 활용해서 일을 추진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오늘 어떤 마음으로 출근했는가? 우리 회사가 존재하는 목적을 마음에 품은 채 일을 대하고 있는가?
일을 마무리할 때의 기준은 비전과 많이 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결국 우리가 완성해낸 결과문은 우리의 비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공동의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는 비전을 토대로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 일하는 방식을 행동 규범에 국한해 생각하는 것 같다. 미션, 비전, 핵심 가치, 행동 규범 등에 언급돼 있는 태도 단어들을 재조합해 보면, 의도와 관점, 기준으로 나눌 수 있고 이 세 가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일한다는 것은 같은 의도를 품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긴 여행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각자 다른 의도를 품는다면 협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같은 목적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저마다 효율적이지 못한 것에 에너지를 쏟기도 쉬울 것이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옳은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더 잘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WoW, Way of Working이라고 부르는 일하는 방식 안에는 미션과 비전, 핵심 가치와 행동 규범이 모두 포함될 때 더 강력한 우리다움이 정립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핵심 가치와 행동 규범에 해당하는 ‘태도’를 ‘관점’으로 바꾸어 생각해보는 것이다. 실제로 태도는 사고방식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도전’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라는 행동 규범을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기업을 예로 들어 보자. 당신은 이 키워드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필자는 실제로 이런 의견을 참 많이 들어보았다. “도전? 도전 좋지~. 근데 실패하면 비난하고, 책임을 물을 거잖아. 나는 책임질 수 있는 게 없는데. 아니면 어차피 해봤으니 안 된다고 시작도 하기 전에 반대부터 하겠지.” 공감이 되는가? ‘도전’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어떠한 ‘도전’도 만들어낼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면 ‘우리 회사에서 원하는, 도전하는 사람은 어떤 관점을 가진 사람이지? 그 관점을 토대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이지?’ 이렇게 바꿔서 질문해보자. 조직의 문화나 풍토에 따라 해석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를 들면 도전하는 사람은 위기를 기회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그것이 실패할 이유보다 성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모두가 반대해도, 최선을 다해 근거를 들어가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노력도 해볼 것이다. 늘 새로운 경험에 자신을 노출하고, 스스로 지어놓은 경계를 끊임없이 허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행동 규범이나 인재상에는 이런 말들이 더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렇게 재해석되고 재정립된, 일하는 방식을 내재화하는 방법이 궁금할 수도 있다. 결국 내재화는 일방적으로 누군가가 잘 만들어 놓은 스토리를 듣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구성원이 스스로 그 메시지에 대해 사유하고, 함께 일하는 관계에서 사유한 것들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그것들이 회자되면서 선택의 기준으로, 성찰의 기준으로, 피드백의 기준으로 작용할 때 가능해진다. 질문은 사유의 여백을 만든다. 사유를 공유할 때 우리의 세계는 확장되고, 성장하게 된다. 예컨대 ‘인류애’는 나에게 무슨 의미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인류’와 어떻게 연결될까? 나는 ‘인류’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나의 팀원·동료들은 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가 함께 일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진 각자의 다름들에서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 내리는 것이 좋을까? 이런 질문들을 활용해서 스스로, 또 함께 대화를 나눠보자.

또한 표어를 이해시키고 공감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사고방식의 차이를 경험하고, 새로운 사고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는 교육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행동을 고치는 것보다 관점을 전환시키는 방향으로 내재화 교육과 활동을 설계해보는 것은 어떤가? 꼭 HR 차원이 아니더라도, 팀에서도 이러한 경험을 함께할 수 있는 우리만의 리추얼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네 삶이 ‘일’을 통해 더 흥미진진하고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김신혜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