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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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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만 믿는다”

산업연구원·무역협회, 내년 초 반도체 업황 악화 전망
마이크론, 4분기 실적 시장 기대치 하회로 시장 상황 보여줘
HBM 내년 수요 여전할 것…삼성·SK하이닉스, HBM 강화

SK하이닉스가 11월 SK AI 서밋에서 공개한 HBM3E 16단 제품. 사진=장용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가 11월 SK AI 서밋에서 공개한 HBM3E 16단 제품. 사진=장용석 기자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확정으로 한숨 돌린 국내 반도체 업계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4분기 실적 하락을 시작으로 내년 반도체 업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예측이 잇따르면서다. 그나마 올해 실적을 이끌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HBM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호황이라 평가받았던 반도체 업황이 3분기 정점을 찍고 하락 반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날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연구원이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지수(PSI)에서 내년 1월 반도체 업계의 PSI 전망치는 6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2월 전망치인 124보다 59p나 떨어진 것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전날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중 반도체 분야는 올해 100을 넘던 EBSI 수치가 내년 1분기 64.4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내년 반도체 업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업황 악화 조짐은 실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풍향계로 평가받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은 지난주 회계 기준 2025년도 1분기(9~11월) 매출 87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혀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더불어 내년 2분기(12~2월) 실적 전망치를 79억 달러로 낮춰 업황이 현재보다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업황 악화의 원인으로 중국과 같은 주요 시장의 PC와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메모리칩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공급 과잉은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고 반도체 회사의 매출 하락과 직결된다.

마이크론의 분석대로 메모리 가격이 올해 하반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달 1.35달러로 9월 1.7달러보다 약 21% 하락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텃밭인 D램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점도 반도체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반면 올해 성장을 이끌었던 HBM의 수요는 내년에도 여전할 것으로 전망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467억 달러로 올해 대비 156%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매출 비중에서 HBM 비중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 사업에서 HBM3E의 비중이 3분기 10% 초중반까지 증가했으며, 4분기엔 50%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30%대였던 HBM 비중이 4분기에 4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제조사들의 HBM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3E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HBM 수요가 상당하다”면서 “매출 비중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