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1세대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온라인 게임 강국'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넥슨이 26일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넥슨은 1994년 12월 26일,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산학 대학원 출신인 고 김정주 회장이 동기들과 함께 당시로선 유례를 찾기 힘든 '온라인 게임' 개발에 도전하며 역사가 시작됐다. 넥슨이란 이름에는 '차세대 온라인 서비스(NEXt generation ONline service)'를 개발하는 도전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30년 동안 넥슨은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여러 도전을 통해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1996년 선보인 데뷔작 '바람의나라'는 국내 최초의 상용화 MMORPG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라이브 서비스된 그래픽 기반 MMORPG로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게이머들에게 넥슨의 게임들은 '차세대 온라인 서비스'를 넘어 '오래 함께한 온라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본고장인 아이템매니아의 일일 아이템 거래액 순위를 살펴보면 12월 기준 메이플스토리와 '바람의나라 클래식'이 꾸준히 톱3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 외에도 '던전앤파이터(던파)', '마비노기', '서든어택' 등도 톱10에 모습을 비췄다.
넥슨의 지속적인 도전과 성공을 뒷받침하는 키워드로는 '글로벌화'와 '덕심'이 손꼽힌다. 넥슨은 중국의 텐센트와 일찌감치 손잡고 '던파'를 중국의 국민 게임으로 키워내며 해외 시장 진출을 이뤄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세계화를 위해 2011년에는 국내 시장이 아닌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EA와 장기간 협력 서비스해 온 축구 게임 '피파(현 EA 스포츠 FC)' 시리즈 또한 넥슨을 지탱하는 축으로 꼽힌다. '스팀' 운영사 밸브 코퍼레이션이나 닌텐도 등 해외 플랫폼 업체와도 오랜 기간 협업해 왔으며 이는 패키지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와 같은 도전적인 게임들이 글로벌 성공을 거두는 데 토대 역할을 했다.
'덕심'이란 오타쿠들의 마음을 뜻한다. 앞서 언급한 넥슨 대표작 중 '메이플스토리'와 '던파', '마비노기' 등은 모두 캐릭터성과 게임 내 서사 등을 강조하며 제각기 수많은 '겜덕후(게임 오타쿠)'를 만들어낸 게임으로 꼽힌다.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운 '크레이지 아케이드' 시리즈나 만화 풍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엘소드', 독특한 3D 화풍으로 유명한 '사이퍼즈' 등도 '덕심'을 일으키는 게임들로 손꼽힌다. 2021년 2월 일본에 선제 진출한 '블루 아카이브'는 현지 퍼블리셔 요스타와의 협업, 넥슨 특유의 '덕심' 중심의 기획력이라는 두 요소가 결부된 성공 사례다.
게임 외적으로도 2015년 '넥슨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이용자 참여형 오프라인 행사 '네코제(넥슨 콘텐츠 축제)' 등 다양한 도전을 병행했다. 이 덕분에 넥슨은 국내 대형 게임사 중 유독 게이머들의 팬심이 높으며, 오리지널 IP 또한 가장 많이 보유한 업체로 자리 잡았다.
넥슨은 세계화를 위한 노력과 게이머들의 팬심을 엮어 'IP 프랜차이즈화'에 나선다. 던파 IP를 기반으로 콘솔 시장을 공략할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서브컬처 팬층을 공략할 '아라드' 2종의 대형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또 '바람의나라2'와 마비노기 IP 기반 신작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 듀랑고 IP를 활용한 '프로젝트DX(가칭)' 등 기존 IP의 강화에 더해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의 후속작 '프로젝트RX(가칭)',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한 좀비 생존 게임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 등 오리지널 IP 발굴과 도전 또한 병행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