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와 공화당의 제동에도 불구 전기차 전환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공화당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기해도 기술의 발달과 가격 하락으로 전기차의 비중이 궁극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통해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한 대당 최대 7500달러를 보조금을 제공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도 보조금을 받았으며 정부가 전기차 충전소 건설을 지원했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각별한 사이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전기차와 관련 분야 지원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와 공화당은 모든 전기차 지원 제도를 폐기하고, 친환경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어서 전기차와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어떻게 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공화당 측이 바이든 정부의 기후 변화 관련 정책을 폐기해도 시장의 동력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장기적으로 볼 때 전기차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다수의 자동차 전문가가 예상한다”고 전했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가격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어 연료와 유지 보수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전기차가 동종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비싸지 않다고 NYT가 지적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갈수록 작고, 가벼워지고 있으며 충전 속도가 빨라지고, 주행 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또 지난해에 미국에서 1만2000개의 고속 충전소가 새로 개설됐다. 이는 2023년에 비해 33%가 증가한 것이다.
백악관을 누가 차지해도 전기차 분야에 대한 투자와 생산, 기술 개발을 등한시하면 미국이 전기차에 올인하는 중국에 밀릴 수 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새 정부가 어떤 정책 변화를 시도해도 우리가 그에 맞춰 조정할 것”이라며 “착각하지 말라. 우리는 전기차 전환 공약을 이행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사바나에 76억 달러를 투자해 인기가 좋은 아이오닉5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SUV 전기차는 7500 달러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이 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을 적용해 미국 내에서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차량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지난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던 차종 수는 40종이었으나 올해는 25종으로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모두 보조금 수령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번에 3개 브랜드 모두 처음으로 그 대상이 됐다. IRA 친환경차 세액공제 세부 조항에 따르면 2025년부터 FEOC가 생산한 핵심 광물을 사용한 배터리 등을 사용한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NYT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어처구니없는 전기차 전환 의무를 폐기하면서 자동차 제조업 분야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면서 “공화당이 IRA를 폐기하면 전기차 판매가 감소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도했다. 독일에서도 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혜택을 줄이자 전기차 판매가 지난해에 27% 감소했다.
미국 연방 정부 차원의 전기차 지원이 중단될 때도 뉴욕, 콜로라도, 워싱턴주는 전기차 보조금을 그대로 제공할 예정이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주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도를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IRA에 따라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에 셀은 1킬로와트시(㎾h)당 35달러, 모듈은 1㎾h당 10달러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을 준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540억 달러(약 76조89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SK온 등 배터리 제조업체가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하거나 완공 계획을 늦추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