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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산불, '악마의 바람'이 또 온다...다시 위기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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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산불, '악마의 바람'이 또 온다...다시 위기감 고조

강풍으로 재점화 우려, '산타아나' 공포에 휩싸인 로스앤젤레스
주택 수천 채 잿더미… 14명 사망-피해액 최대 1500억 달러
소방관들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를 휩쓴 동시다발 화재 중 하나인 팔리세이드 화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맨데빌 캐년 지역에서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소방관들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를 휩쓴 동시다발 화재 중 하나인 팔리세이드 화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맨데빌 캐년 지역에서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엿새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를 집어삼키고 있는 산불이 '악마의 바람' 앞에 다시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1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강풍이 다시 불길을 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잠시 주어진 '위험한 휴식' 시간 동안 필사의 진화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산불로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수천 채의 주택이 잿더미로 변했으며 10만 명이 대피했다. 16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번 산불을 "미국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화마는 부촌과 유명인들의 저택은 물론, 평범한 주민들의 보금자리까지 닥치는 대로 삼켰다. 마치 종말론적인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관계 당국은 1만2000 채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거나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밝혔다. 린지 호르바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감독관은 "LA 카운티는 상상할 수 없는 공포와 상실의 밤을 또다시 보냈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하늘과 땅에서 펼쳐지는 필사의 진화 작전


현지 소방관들은 하늘과 땅에서 동시에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중에서는 소방 헬기가 태평양에서 물을 퍼 나르며 화재 지역에 물과 지연제를 뿌리고 있다. 지상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손 도구와 호스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불길을 막고 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주택가인 브렌트우드 등 인구 밀집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서쪽에서 발생한 '팰리세이드 화재'는 9,596헥타르(95,960,000 제곱미터)를 태웠고, 11%의 진화율을 보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동쪽 산기슭에서 발생한 '이튼 화재'는 5,713헥타르(57,130,000 제곱미터)를 불태웠으며, 진화율은 27%다. 맨해튼 섬과 맞먹는 면적이 화마에 휩싸인 것이다.

캘리포니아 산림 및 소방부(Cal Fire)에 따르면, 도시 북쪽의 '허스트 화재'는 89% 진압되었으며, 카운티의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3건의 화재는 100% 진화되었다. 그러나 진화된 지역 내에서도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산타아나 바람'이라는 복병…주민 10만 명 대피


소방관들은 이번 주말, 잠시 '산타아나 바람'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지난주 허리케인 수준에 달했던 산타아나 바람이 약해진 덕분이다. 내륙 사막에서 불어오는 이 건조한 바람은 불길을 키우고 불씨를 멀리까지 날려 화재 진압에 큰 어려움을 줬다.

하지만 4월 이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건조한 상태인 데다, 국립기상청은 이날 밤부터 산타아나 바람이 다시 강해져 시속 80~112km/h에 달할 것으로 예보했다. 이 강풍은 수요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계 당국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전체 인구 약 1000만 명에게 언제든 대피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까지 10만 명 이상의 주민이 대피했으며, 8만7000 명에게는 대피 경고가 발령되었다. 앤서니 마론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소방서장은 "강풍과 낮은 습도, 건조한 환경이 합쳐져 LA 카운티 전체의 화재 위험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며 "17일에 적기 조건이 해제될 때까지 대피 구역을 다시 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망자 증가 우려…피해 규모 1500억 달러 추산


뉴섬 주지사는 수색대와 시체 수색견이 재난 지역에 투입되면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비용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이번 화재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민간 기상 예보 회사인 애큐웨더(AccuWeather)는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와 경제적 손실을 1350억~1500억 달러로 추산했다. 뉴섬 주지사는 앞으로 진행될 대규모 재건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파괴된 주택과 사업장에 대한 환경 규정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디앤 크리스웰 FEMA 국장은 TV 인터뷰에서 현역 군인들이 소방 활동을 지원할 준비가 되었다고 밝히며, 이재민들에게 재난 구호 신청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이미 7개 주와 캐나다, 멕시코에서 온 소방관들이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모여 화재 진압을 돕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