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그럼에도 뉴욕증시에서 국제유가는 치솟고 있다.
이로써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15개월간 이어진 양측의 무력 충돌은 일단 멈춰섰다. 레바논과 예멘, 이란 등지로 분쟁이 번지며 확전일로를 걷던 중동 정세도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중재국 카타르와 하마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일단 42일간 교전을 멈춘 뒤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영구적 휴전을 논의하는 3단계 휴전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간 가자지구 분쟁 종식을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우리는 중동에서 인질들을 위한 합의(석방 합의)에 도달했다"며 "그들이 곧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내각은 16일 오전 휴전안을 승인할지 표결한다. 이스라엘 연립정부 내 일부 강경파 각료는 휴전에 반발하고 있지만 반대표를 던질지는 미지수다.
합의안을 보면 하마스는 6주간 이어질 휴전 첫 단계에서 인질 33명을 석방하게 된다. 이 가운데 여성, 19세 미만 어린이 등을 먼저 풀어주고 그다음으로 50세 이상 남성을 풀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마스는 인질 중 생존자를 먼저 석방한 뒤 시신을 귀환시킬 계획이다. 일단 1주일에 3명씩 풀어주다가 휴전 기간이 끝나기 전에 나머지를 전부 석방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인질 귀환 작전을 '참새의 날개'로 명명하고 준비에 착수했다.
이스라엘은 석방되는 자국 민간인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을, 이스라엘 여성 군인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50명을 각각 풀어주기로 했다.
특히 2023년 10월 7일 이후 붙들린 팔레스타인 여성·어린이 수감자는 모두 석방한다.
이에 따라 풀려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총인원은 990∼1천650명 사이가 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추산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첫 단계에 가자지구에서 점진적으로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
또 전쟁 동안 피란길에 오른 가자 북부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귀환시키고, 휴전 기간 매일 트럭 600대 분량의 인도주의적 지원 물품이 가자에 반입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 가운데 트럭 50대는 매일 연료 운반에 할당된다.
양측은 휴전 16일차가 되면 이스라엘 남성 군인 석방과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 의제를 포함하는 휴전 2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휴전 3단계까지 이르면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과 유엔이 감독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재건을 개시하게 된다.
최종 합의 직전 하마스가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경계를 따라 놓인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과 관련한 새 요구를 내놓으며 협상이 진통을 겪었으며, 이스라엘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결국 원안대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필라델피 회랑을 통해 무기를 밀수한다고 주장하며 휴전 후에도 이곳은 병력을 유지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줄곧 반대하던 하마스는 지난달 필라델피 회랑의 이스라엘군 주둔을 수용하겠다고 한발짝 물러섰던 바 있다.
이날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합의문에는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철수는 휴전 발효 후 최대 50일간 점진적으로 이뤄진다고 적혔다. 이는 휴전 1단계 내에 병력이 전부 빠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1천200여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데려갔다. 이 가운데 90여명이 가자에 남아 있다.
허를 찔린 이스라엘은 이튿날 '철검' 전쟁을 선포하고 하마스 소탕전에 나섰다. 이후 하마스는 이스마일 하니예, 야히야 신와르 등 수장이 잇따라 살해당하며 지도부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무장대원 1만7천명 이상을 살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은 전쟁 한달여가 지난 2023년 11월 일주일 동안 휴전하면서 일부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했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면서 교전이 재개됐다.
이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후 이날까지 팔레스타인 주민 4만6천707명이 숨지고 11만26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외부 지원이 거의 끊기다시피 한 가자지구는가용 의료시설이 크게 줄고 25년만에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확인되는 등 공중보건 위기에 처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15개월여 지속된 전쟁을 중단하고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자신의 '공'을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중동에서 인질들을 위한 합의(석방 합의)에 도달했다"며 "그들(인질들)은 곧 풀려날 것이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이 장대한 휴전 합의는 오직 우리의 역사적인 작년 11월 (대선) 승리로 인해 가능했다"며 "그것(자신의 대선 승리)은 내 행정부가 평화를 추구하고, 모든 미국인과 동맹들의 안전을 확보할 합의를 협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전세계에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는 미국인 및 이스라엘인 인질이 집으로 돌아와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과 재회하게 된다는 것에 흥분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 국가안보팀은 가자지구가 절대 다시는 테러리스트의 피난처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스라엘 및 우리 동맹들과 계속 공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우리는 이 휴전의 동력 위에서 역사적인 아브라함협정(트럼프 1기때 미국의 중재로 체결된 이스라엘과 주변국 간의 평화협정)을 확대하면서, 중동 전체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계속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미국과 세계를 위해 일어날 위대한 일들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힌 뒤 "우리가 (오는 20일) 백악관에 입성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것을 이뤘다"며 "내가 백악관에 복귀하면 일어날 모든 놀라운 일들을 상상해 보라"고 덧붙였다.
그런 뒤 트럼프 당선인은 "나의 행정부는 (각료 등 지명자들이) 완전히 (상원에서) 인준됨으로써 미국을 위한 승리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원의원들을 은근히 압박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의 전투 중단과,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측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인사 간의 맞교환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과 더불어 차기 행정부에 참여할 트럼프 측 인사가 휴전 협상에 관여해온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에 앞서 신속히 입장을 밝힘으로써 자신의 기여를 부각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현재 억류중인 미국인 포함 인질을 자신의 취임(20일)때까지 석방하지 않을 경우 "중동에서 전면적인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그것은 하마스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인질 협상이 합의된 것에 대해 "나의 외교는 이 일을 성사하기 위해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지난해 5월 31일 이 (휴전 협상) 계획의 구체적인 윤곽을 제시했고, 이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이를 승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이는 하마스가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고, 레바논 휴전과 이란의 약화 이후 지역 정세가 변화한 것에 따른 결과일 뿐 아니라 끈질기고 고된 미국 외교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가족과 이후 진행된 전쟁으로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을 기억한다"며 "싸움을 끝내고 평화와 안보를 구축하는 일을 시작할 때가 오래전에 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미국인 가족들도 생각한다. 세 가족은 (가족 일원이)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 있고, 네 가족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시련을 겪은 뒤 유해를 돌려받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그들을 모두 집으로 데려오게 됐다"며 "인질로 잡혀 있던 이들이 가족과 재회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전 업종이 동반 강세를 보이며 급상승세로 출발했다.
주요 물가지표 중 하나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최신 수치가 인플레이션 재가열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를 잠재운 가운데 주요 금융기업의 호실적과 양자컴퓨팅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시장을 끌어올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10시30분 현재 우량주 그룹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85.70포인트(1.61%) 오른 43,203.98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3.07포인트(1.76%) 높은 5,945.9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44.47포인트(2.33%) 뛴 19,488.87을 각각 나타냈다.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도 2%대 상승세다.
3대 지수는 전날 혼조 마감한 바 있다. 시장 예상을 하회하며 열기를 낮춘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되살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전진했으나 나스닥지수는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탈피하지 못했었다.
이날 시장에는 다양한 재료가 쏟아졌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2월 CPI는 헤드라인 수치와 근원 수치가 서로 엇갈린 방향을 가리켰지만 시장은 '예상 부합' 수준의 근원 수치에 무게를 뒀다.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CPI는 전월 대비 0.4% 오르며 연합인포맥스의 시장 예상치(0.3%↑)와 직전월 수치(0.3%↑)를 모두 상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2.9%로, 직전월(2.7%↑)보다 가팔라졌으나 시장 예상에는 부합했다.
반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12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직전월(0.3%↑)과 비교하면 둔화세를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3.2%로, 직전월 수치(3.3%↑)와 시장 예상치(3.3%↑)를 모두 하회했다.
전날 12월 PPI 공개 후 상승세가 주춤해졌던 미 국채 금리는 빠르게 내려갔다.
증시 개장 후 1시간 지난 현재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14.9bp 낮은 4.639%를 가리키고 있다.
월가는 이날 JP모건·모건스탠리 등 주요 금융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어닝 시즌'에 돌입했다.
골드만삭스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호실적을 내놓은 후 주가가 6% 이상 뛰었다. 골드만삭스의 4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시티그룹도 매출과 EPS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실적 보고서에 힘입어 주가가 7% 이상 급등했다.
JP모건체이스도 지난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늘며 순이익이 50% 급증한 깜짝 호실적을 내놓았으나고 주가는 1%대 오르는 데 그쳤다.
웰스파고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호실적의 영향으로 주가가 각각 5% 이상, 3% 이상 상승했다.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업용 양자 컴퓨팅 솔루션 '퀀텀 레디' 프로그램을 발표한 후 관련 종목들은 상승 탄력을 받았다.
리게티 컴퓨팅은 전날 47.93% 폭등한 데 이어 이날도 24% 이상 급등세다.
디 웨이브 쿼텀은 26% 이상, 아이온큐는 24% 이상 점프했다.
이날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M7)에 속한 7종목 모두 강세로 장을 열었다.
상승률은 테슬라 5%대, 메타(페이스북 모기업) 3%대,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구글 모기업)·아마존은 2%대를 기록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딛고 다시 반등 중이다.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10개 업종이 상승세, 필수소비재만 보합세인 가운데 임의소비재·금융·기술·통신·유틸리티 업종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경제전략가 엘런 젠트너는 12월 CPI에 대해 "연준이 오는 28일과 29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월 회의에서 좀 더 비둘기파적 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번달 금리 동결에 대한 예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발언은 억제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지난 수개월간 재가열 조짐을 보였던 인플레이션 수치가 안정세를 보이자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평했다.
블루칩 데일리 트렌드 리포트 수석 기술전략가 래리 텐타랠리는 "은행 실적은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며 "이날 대형은행들이 호실적을 내놓은 것은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연준이 올해 상반기 내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12월 CPI 발표 후, 연준이 오는 6월까지 현행 기준금리(4.25~4.50%)를 그대로 유지할 확률은 31.7%로, 전일 같은 시간대보다 11%포인트 낮다.
한편 이날 유럽증시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DAX지수는 1.56%, 영국 FTSE지수는 1.15%, 범유럽지수 STOXX600은 1.32% 각각 올랐다.
국제 유가도 오름세다.
근월물인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1.79% 뛴 배럴당 78.89달러,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3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30% 오른 배럴당 80.96달러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