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英, 소매판매 부진...영란은행 2월 금리 인하 전망 강화

이번 주 발표된 영국의 지표 부진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영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커지고 다음 달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17일(현지시각) 영국통계청(ONS)이 발표한 12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이는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인 0.4% 증가와 큰 차이를 보인 수치다.

컨설팅업체 리테일 이코노믹스(Retail Economics)의 니콜라스 파운드 커머셜 콘텐츠 책임자는 연휴 기간에 "신중한 지출이 주를 이뤘다"면서 "이 수치는 생활비 위기가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지속적인 영향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지표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75bp) 인하할 것으로 반영했다. 이는 하루 전 65bp 인하 전망에서 인하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또한 오는 2월 6일 영란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25bp 인하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루 앞서 발표된 영국의 11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월 대비 0.1%에 그친 점도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보탰다. 전문가들은 11월 GDP 성장률이 0.2%일 것으로 전망했었다.

로열 런던 자산운용의 크레이그 인치스 금리 및 현금 부문 책임자는 CNBC에 영국의 기준금리가 여전히 전 세계 주요국 대비 훨씬 높다는 점을 언급하며 2월 회의에서 "영란은행이 분명히 금리를 인하해야 하며, 올해 네 차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BBVA의 로베르토 코보 가르시아 주요 10개국(G10) 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이번 소매판매 수치는 이번 주 CPI와 경제 성장률 지표가 하향 조정된 이후 나온 것으로 영란은행이 더 비둘기파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우려 더 커져

연이은 지표 부진은 금리 인하 전망 강화와 함께 영국 경제의 침체 우려를 더 가중시키며 경제 성장세를 되살리려는 노동당 정부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영국 경제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성장률이 만나 기업과 가계에 큰 고통을 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함정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니라즈 샤 이코노미스트는 "실질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연말연시 기간에 소비자들의 경계심리가 만연했다"면서 "예상치 못한 소매 판매 감소는 경제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4분기의 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표 부진은 영국의 암울한 경제 상황에 더해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의 당면 과제도 더욱 부각시켰다.

리브스 장관은 임기 첫해를 맞아 성장세를 회복하고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 축소를 주요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10월 말 대규모 증세안을 발표한 리브스 장관에게 더 버거운 상황은 최근 글로벌 채권 시장의 금리 급등세다.

10년물 영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4.92%로 치솟았다. 10년물 수익률은 이후 지표 부진과 인플레이션 둔화로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25bp 넘게 하락했지만, 투자자들은 성장 전망 약화가 재정 건전성에 계속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며 영국 자산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BMO 캐피털 마켓의 로렌스 머트킨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금리 전략 이사는 "채권 시장의 약세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도전적인 펀더멘털 상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가 치솟고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자 영국 파운드화는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갔다. 파운드는 이날도 달러 대비 0.44% 내린 1.2176달러에 거래되며 2023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