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트럼프, 韓 등에 대한 '보편 관세' 일단 유보...中·캐나다·멕시코 3개국만 첫 타깃으로

점진적 통상 정책 추진 예고, 향후 몇 주일 동안 종합 검토 지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새로운 통상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초미의 관심사였던 ‘보편 관세’ 도입을 포함한 새로운 통상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취임사에서 "미국의 노동자와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우리의 무역체계의 전면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를 원론적으로 예고했을 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통신은 이날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기에 앞서 우선 중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을 타깃으로 관세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팀에 보낼 ‘메모’를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무역 정책과 경제 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연방정부 기관에 메모를 내려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연방정부 기관이 미국의 무역 적자 경감 대책을 마련하고, 다른 나라의 불공정한 무역과 통화 정책에 대응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우선으로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초점을 맞추고, 북미 3국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지난 2020년에 체결된 미·중 무역 협정을 평가하도록 이들 기관에 지시할 것이라고 WSJ가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점진적인’ 방식으로 통상 문제에 접근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정부는 특히 '디 미니미스 룰(de Minimis rule, 최소 허용 기준)'을 재검토한다. 중국계 인기 해외 쇼핑 앱 '테무(Temu)'와 중국판 유니클로라는 평가를 받는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Shein)'이 미국에서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림에 따라 미국인의 중국산 제품 해외 직구를 막기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면세 규정을 개정하려는 것이다. ‘디 미니미스 룰’은 해외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800달러(약 115만원) 미만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은 보편 관세와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라는 선거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지 정부 내에서 여전히 격렬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관세와 수입세, 외국의 원천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재무부 산하 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이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걷는 것처럼 관세를 걷을 별도 기관을 설립하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에 관한 행정명령은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외국 정부들이 향후 몇 주일 동안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새 정부와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하면서 미국의 타깃이 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