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시장 노려 멕시코 설비투자
트럼프 '관세 부과' 공언에 당황
미국 이전·수출지 다변화 등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에 대한 무관세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멕시코에 생산 시설을 지은 국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졌다.트럼프 '관세 부과' 공언에 당황
미국 이전·수출지 다변화 등 검토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수출기업들이 북미 시장을 염두에 두고 멕시코에 공장 시설을 짓는 전략을 수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웃국가인 캐나다, 멕시코를 대상으로 다음 달 1일부터 관세 25%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에 진출한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비교적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완성품을 미국 시장으로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관세 정책의 토대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3국이 서로 맺은 무역협정 USMCA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후속으로 체결했다.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시설은 운영 중인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멕시코 생산 시설과 물량을 어떻게 할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라모스 등에서 냉장고 같은 가전을 생산하고 있는 LG전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관세 부과 추진으로 생산지 다변화를 고려하고 있다. LG전자는 23일 오후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생산지 이전 및 기존 생산지별 캐파 조정 등 보다 적극적인 생산지 전략의 변화까지도 고려하겠다”며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제품은 한 제품을 여러 생산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스윙 생산' 체제를 확대하고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최적 생산지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아도 멕시코 고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대신 다른 곳으로 물량을 돌리는 등 여러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아는 24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 멕시코에서는 K4 한 차종이 약 12만대가 제조돼 미국으로 나가고 있다”며 “만약 아무런 조건 없이 멕시코에 수출 제재가 가해지면 캐나다로 더 선적한다든지 (멕시코 물량의) 목적지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