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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빌 게이츠 “기술 발전의 그림자 예측 못해”…회고록서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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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빌 게이츠 “기술 발전의 그림자 예측 못해”…회고록서 회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다음달 초 출간하는 회고록 ‘소스 코드: 나의 시작’. 사진=크노프 퍼블리싱 그룹이미지 확대보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다음달 초 출간하는 회고록 ‘소스 코드: 나의 시작’. 사진=크노프 퍼블리싱 그룹
“기술 발전의 그림자는 예측하지 못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인물로 현재는 세계적인 자선가로 활동 중인 빌 게이츠가 다음달 4일(이하 현지시각) 공식 출간될 예정인 회고록 ‘소스 코드: 나의 시작(Source Code: My Beginnings)’에서 밝힌 지난날의 소회다.

3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게이츠는 기술 낙관론자로 알려졌으나 오늘날의 사회적 분열과 기술의 부정적 활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이 회고록에서 고백했다.

◇ “소셜미디어의 부작용, 예측 못했다”


게이츠는 NYT와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은 예상했지만 소셜미디어가 등장한 이후의 부작용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정치적 분열을 심화시킬 줄 몰랐고 대중의 이익을 해치는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며 과거의 전망이 현실과 다르게 전개된 점을 인정했다.

NYT에 따르면 게이츠는 지난 2017년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철학자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를 읽고 인간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 입장을 유지했지만 최근 그의 신작 ‘넥서스: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를 읽으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하라리는 신작에서 "우리는 정보 혁명의 정점에 서 있지만 인류가 스스로를 멸망시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게이츠는 "하라리는 정보가 많아지는 것이 항상 좋은 일이라고 믿었던 나 같은 사람을 비판하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 그는 옳았고 나는 틀렸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획기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서도 "이제는 악의적인 사람들이 AI를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MS는 현재 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AI 업계 선두주자인 오픈AI와 협력을 통해 AI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나 게이츠는 AI 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잠재적 위험성을 경계하는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한편, NYT는 MS와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 "암호화폐, 아무 쓸모 없어"


게이츠는 기술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유지해왔으나 암호화폐 문제에 대해서는 강한 회의론을 피력했다.

그는 "암호화폐는 아무런 실질적 용도가 없다"며 "높은 지능을 가진 일부 사람들이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좀 더 진보적인 조세 시스템 필요”


한편, 그 자신이 전 세계적으로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인 게이츠는 억만장자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해서는 “좀 더 진보적인 조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인이 직접 출연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래는 어디로? 빌 게이츠와 함께’에서 “억만장자가 존재해서는 안 되느냐”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게이츠는 자신이 지금까지 납부한 세금이 약 140억 달러(약 20조2400억 원)에 달하는데 현재보다 공정한 조세 제도가 도입된다면 400억 달러(약 57조8200억 원)를 내야 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억만장자는 때때로 과대평가된다"며 "특정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게이츠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려 했으나 지난해 11월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이츠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공개적으로 이 사실을 언급하진 않았다.

◇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갈등 속 성장”


게이츠는 회고록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언급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말하지만 난 그런 경우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의 어머니 메리 게이츠는 매우 엄한 성격이었으며 이에 반발해 한때 부모와 거의 대화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의 어린 시절 가장 큰 충격은 절친했던 친구 켄트의 사망이었다. 켄트는 고등학교 시절 등반 도중 추락사했으며, 게이츠는 이를 통해 "인생이 불공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또 "오늘날이라면 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진단을 받았을 수도 있다"며 "어머니는 내 성향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나를 더 성장하도록 자극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